국제 문제, '군사적 해결' 안돼
【바티칸시티=CNS】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중동 정책이 레바논 전쟁으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즉각적 종전을 촉구해온 바티칸의 일관된 정책은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의 입장과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남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세력의 무장 해제를 조건으로 종전을 원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곤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7월말 레바논 전쟁을 "새로운 중동 (질서를 위한) 산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교황청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교황은 현 전쟁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즉각적 종전을 거듭 촉구해 왔다. 특히 7월말 레바논 남부 카나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민들이 대량 희생되자 교황은 "그 어떤 것도 무고한 이들의 피흘림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양측에 대해 즉각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촉구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이같은 태도는 재위기간 중 국제 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결을 반대해온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꼭 닮았다. 새 교황이 선임자에 비해 좀더 현실주의 입장을 취해 테러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리라고 여긴 이들에게는 다소 놀라운 일이다. 오는 9월 베르토네 추기경이 국무원장에 부임하고 나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외교적 입장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들도 사그러들었다.
한편 레바논 사태와 관련, 교황청 관계자들은 이번 전쟁의 여파로 레바논 내에서 내전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하면서 레바논의 단합과 주권 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심하게 파괴된 기반시설을 재건하는 일과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만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교황청 관계자들은 특히 현 레바논 사태의 궁극적 원인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황청 관계자들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해결책이 아니라 상호 협약을 통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