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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폐증환자 할아버지들이 뜨개질을 한다?"

진폐증 환자 할아버지들 탄광의 찌든 때 씻으며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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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 진폐증 환자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환경수세미를 만들고 있다
 
“뜨개질 재미에 흠뻑”

진폐증환자 할아버지들이 뜨개질을 한다?

놀라운 소식을 듣고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요건 교황님 모자하면 되겠다!” “이 사람아, 의사 선생님이나 드리게.”

녹색병원 62병동 22호실. 빠끔히 열린 문 틈사이로 도란도란 정겨운 대화가 새어나온다.

할아버지들은 무엇을 짜고 있을까.

“우리 수녀님이 환경수세미 만들어 보라고 실타래 가져다 줬어요.”

50년대 탄광 막장에서 일하며 굵어져버린 거친 손마디에 아크릴 실을 걸고 코바늘을 홱홱 돌려빼는 모양이 여간 해본 솜씨가 아니다.

짜놓은 모양도 할아버지들 성격대로 별, 눈, 꽃 모양 등 제각각. 지금은 누워서도 두개씩 뚝딱 만들어낼 실력이지만 예전에는 봉사자의 도움을 받고도 이틀이 걸렸었다.

병동에서 뜨개질을 가장 잘해 ‘뜨개질 반장’이 된 김맹갑(살레시오.71) 할아버지는 뜨개질 잘하는 이유를 귀띔해줬다.

“스무살 전부터 사북 동원탄좌를 비롯해 수많은 막장에서 석탄을 캤지. 25년간 탄광에서 일하며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진폐야. 병을 얻고 집에서 쉬면서 아이들한테 그동안 못해준 목도리랑 장갑을 짜줬어.”

진폐증은 불치병이다. 환자들은 진폐보다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다. 할아버지들이 한명씩 선종할 때마다 병동은 우울해지지만 종이접기, 공예 등 병원에서 마련하는 취미생활로 장기간 요양의 답답한 마음을 달랬다.

그중 실용적 취미생활을 하겠다고 할아버지들이 생각해낸 것이 ‘뜨개질’이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에서 산재사목을 맡아 매주 목요일 병원에 들르는 정점순(세실리아) 수녀는 할아버지들의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고자 동분서주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환경을 지키는 환경수세미를 만들어 팔아보자고 생각도 했다.

수녀의 노력으로 가톨릭 노동장년회의 한 회원이 실을 마련해줬다. 병원에서 일하던 봉사자는 뜨개질 교육을 거들고 나섰다.

정수녀는 “만들어 팔려고 했는데 할아버지들이 의사, 간호사, 봉사자들까지 벌써 수세미 200여개를 선물했다”며 “그 모습이 너무나 예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오혜민 기자 gotcha@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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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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