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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이 최근 흥미로운 과학자 모임을 마련했다. 과학의 예견 가능성 한계와 정확도에 관한 모임으로, 교황청 과학원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개최한 정기총회에서다.
이 모임에는 세계 도처에서 온 수십명의 과학자와 신학자들이 참석해 과학의 눈으로 미래를 얼마나 볼 수 있으며 과학적 계산이 확실할 때와 그럴 가능성이 높을 때,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을 때가 언제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지진이나 기후 변화와 같은 임박한 위험들에 관해 가능한 빨리 경고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예고가 빠를수록 예측이 틀릴 가능성이 더 높으며 또 이는 그들로 하여금 공공의 신뢰를 잃을 위험에 빠지게 한다는 것도 과학자들은 알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6일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충분한 증거가 없을 때 과학자들은 `불필요하게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예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진짜 문제에 직면해서`는 두려움에 떨지 말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모임에 참가한 199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윌리엄 필립스 박사는 사람들에게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한다면 "불완전하더라도 정보를 주는 것이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번 모임에서 많은 학자들은 원자물리학 분야와 같이 전통적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여겨온 분야에서도 100 확실하거나 정확한 것은 있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
몇몇 학자들은 자연이란 예상치 않은 방식으로 작동하기에, 연구에서 틀린 결과를 얻은 다음에야 과학적 난관을 뚫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새롭거나 더 나은 치료와 기술 향상은 예측한 것에 대한 실험이 실패한 다음에야 이뤄졌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든가 차가 출발할 것이라든가 등을 예측할 수 있음으로 인해서 일상 생활이 더 쉬워지기는 하지만 예측 불가능함, 또는 불확실함 그리고 세계의 큰 신비들에 대한 매력 등은 과학적 연구를 추진하게 하는 힘이 된다고 교황청 과학원장 마르첼로 산케즈 소론도 주교가 말했다.
소론도 주교는 그러나 "과학이 온갖 것을 결정할 수는 결코 없다"면서 "언제나 과학을 비켜가는 어떤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데 신학과 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툴루즈 가톨릭 연구소에서 철학 및 신학 교수로 있는 도미니코회의 장-미셸 말담 신부는 과학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생명의 출현과 인류의 등장이 야기한 불가사의에 대해 신이 개입해 자연의 과정을 바꾸었다는 식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말담 신부는 이와 같은 많은 혼동이 `지적 설계론` 지지자들로 인해 야기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특히 진화론을 거부하면서, 지적 설계론으로 학자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하느님이 생명과 우주뿐 아니라 자연계를 지배하는 법칙을 창조하셨다는 게 가톨릭교회 가르침이라고 말담 신부는 말한다. 이 말은 "하느님은 모든 창조물의 원천이시지만, 자연 현상의 과정을 변경시키지 않으시며 당신 창조물들의 자율성과 자연 법칙의 작용을 허용하신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의 연구에 준비된 답을 주시지 않고 인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신다고 말담 신부는 말한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유를 선사받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말하고 행하고 약속하는 그 모든 것 하나 하나가 오늘과 내일 그리고 그 이후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과학의 한계인 예측 불가능성은 바로 인간의 자유와 책임에 여지를 남겨 둔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보잘 것 없지만 그 보잘 것 없는 것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바티칸시티=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