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1월30일 이슬람 사원인 불루 모스크에서 침묵 기도를 바치고 있다.
▲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2월1일 이스탄불 성령성당 안뜰에서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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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신의 다섯번째 해외 방문이자 이슬람 국가로는 처음인 3박4일간의 터키 방문을 순조롭게 마치고 로마로 돌아왔다.
지난 9월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 강연 내용과 관련한 무슬림들의 방문 반대와 비판이 고조되던 가운데 이뤄진 이번 터키 방문을 통해 베네딕토 16세는 평화와 화해의 사도로서의 교황 이미지를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켰다.
터키로 가는 비행기에서 전반적 정서가 좋지 않은데 터키 방문을 강행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사랑은 위험보다 강하다"고 대답한 교황은 방문 기간을 통해 종교간 대화와 화해, 타종교에 대한 자비, 평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역설하면서 이를 자신의 몸짓과 행동으로써 드러내보였다.
○…11월28일 터키 앙카라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에르도간 총리 등의 영접을 받은 후 터키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의 묘를 찾아 헌화했다. 이어 대통령 관저로 향해 세제르 대통령 영접을 받고 단독 회동을 했으며, 이날 저녁 터키 이슬람 최고위 성직자이자 터키 종교 관련 업무 최고 책임자인 알리 바르다코글루와 만났다.
교황은 이날 저녁 교황대사관저에서 터키 주재 각국 외교관들과 만남을 갖고 "나는 벗으로서 그리고 대화와 평화의 사도로서 왔다"며 터키 방문 목적을 설명. 교황은 90여명의 각국 대사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테러와 전쟁과 종교 차별을 종식하려면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면서 참된 평화를 위해서는 경제적 불균형과 정치적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방문 이튿날인 11월29일 에페소를 방문. 에페소는 431년 성모 마리아를 구세주의 모친으로 선포한 공의회가 열렸던 곳으로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의 사랑받는 제자와 함께 지냈다는 마리아의 집이 이곳에 있다.
교황은 이곳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신자들을 격려. 교황은 가톨릭교회는 세계 어디서나 인류 가족 일치의 성사가 되도록 부름받고 있다면서 터키 가톨릭 신자들이 서로 일치하고 이웃 정교회 및 이슬람 신자들과 우정을 도모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이스탄불로 이동, 정교회 성제오르지오 성당에서 정교회의 상징적 수장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 1세와 함께 저녁 기도를 바친 후, 교황 요한 23세가 터키 주재 교황대사 시절(1935~1944)에 묵었던 `카사 론칼리`에서 숙박했다.
○…방문 사흗날이자 정교회 수호성인인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인 11월30일 교황은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가 집전하는 정교회 전례에 참석. 이 자리에서 두 수장은 두 교회 일치를 위한 노력을 거듭 천명했다. 이어 두 수장은 총대주교 공관으로 자리를 옮겨 공동선언에 서명.
교황과 총대주교는 공동선언에서 세속화와 상대주의, 허무주의에 맞서 복음을 선포하는 일에 공동 노력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선언했다. 또 인간 생명 보호와 종교간 대화, 폭력의 종식과 평화 증진,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오후 이슬람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이스탄불의 이슬람 사원 `블루 모스크`를 방문, 이슬람 최고위 성직자인 무스타파 카그리치와 함께 약 1분간 침묵 속에 기도를 바쳤다. 교황이 이슬람 사원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0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 이슬람 사원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베네딕토 16세의 블루 모스크 방문은 무슬림에게는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교황은 방문 마지막 날인 12월1일 이스탄불의 주교좌 성령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 1세를 비롯해 아르메니아 정교회 총주교 메스로르 2세, 시로정교회 대표와 개신교 교회 대표들도 참석.
교황은 "교회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으며 다만 그리스도를 드러내기 위해 자유롭게 살고자 요청할 뿐"이라는 말로 절대 다수가 이슬람인 터키에서 가톨릭 신앙을 지키는 신자들을 격려했다.
미사에 앞서 교황은 주교좌성당 안뜰에서 10년간 터키 주재 교황대사를 지낸 선임 교황 요한 23세의 동상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 지역에 병원을 세우고 터키인들을 위해 도움을 준 교황 베네딕토 15세 동상을 축복하고,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 네 마리를 날려 보냈다.
교황은 미사를 마친 후 공항에서 이번 방문을 환대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하면서 "이스탄불에 내 마음을 두고 떠난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외신종합】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터키의 종교인구
7200만 주민 중 99.8가 무슬림이다. 가톨릭과 정교회, 개신교를 포함한 그리스도교 인구는 0.2이며, 정교회는 또 그리스 정교회와 아르메니아 정교회, 시로 정교회 등으로 나뉘어 있다. 가톨릭 인구는 3만2000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0.04에 불과하다. 가톨릭 현황은 주교 6명, 본당 47개, 사제 68명, 수도자 98명, 종신부제 4명, 대신학생 5명, 교리교사 28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