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탈리아어로 발간된 「카롤과 함께 한 삶」.
이 책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비서를 지낸 드지비시 추기경은 교황이 100회 이상 남 몰래 등산과 스키를 즐겼다고 털어놓았다.
【로마=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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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2000년 자신의 교황직 사임이 가능한지에 관해 최측근들에게 자문을 구했으며 교황직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교황직 사임을 위한 "특별 절차"를 마련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젊은 시절 스키 광이자 등산 광이기도 했던 요한 바오로 2세는 100차례 이상 남몰래 이탈리아 산악 지방에서 스키와 등산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들은 38년 동안 교황의 비서로 지낸 폴란드 크라코프 대교구장 스타니슬라프 드지비시 추기경이 최근 발간된 「카롤과 함께 한 삶」이라는 책에서 밝혔다. 이 책은 교황청 기관지 「로세로바토레 로마노」지 부국장을 지낸 쟌 프란코 스비데르코스키가 드지비시 추기경과 장시간 대담하는 형태로 쓰인 책으로, 지난 1월 하순 이탈리아와 폴란드에서 출간됐다. 다음은 이 책에서 드지비시 추기경이 밝힌 몇가지 흥미로운 내용들이다.
#1 교황직 사임 문제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신의 나이 80살이 되던 2000년에 교황직을 사임하는 문제에 대해 측근들의 자문을 구했다. 그 가운데는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현 교황)도 포함됐다. 또 교황직 사임을 위한 특별 절차도 마련했다. 교황은 그러나 교황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느님께서 교황직으로 부르셨으니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형태로 거두어가실 것이라며.
#2 9ㆍ11 사태
2001년 비행기 2대가 뉴욕의 쌍둥이 건물에 충돌한 직후 로마 근교 카스텔간돌포의 교황 여름 집무실에 전화기 소리가 요한하게 울렸다. 국무원장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이 깜짝 놀란 목소리로 전화한 것이다. 즉각 텔레비전을 켰고, 교황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그 비극적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교황은 그날 하루를 텔레비전과 경당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보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 공격은 끝없는 폭력의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며 교황은 크게 우려했다.
#3 바티칸 탈출
1981년 겨울 교황은 비서와 폴란드 출신 측근 사제 2명과 함께 카스텔간돌포를 떠나 산악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측근 사제 개인 차를 이용했다. 스위스 근위대 검문소를 통과할 때 뒷자리에 탄 교황을 신문지로 가려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들은 이탈리아 중부 스키마을인 오빈돌리로 향했다. 호위 차량도 없었고, 조심스럽게 제한 속도를 만끽하며 달릴 수 있었다. 스키장에 가서는 아무도 없는 슬로프를 선택했고, 교황은 하루 종일 스키를 즐길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교황은 웃음이 가득 한 채 말했다. "우리가 해냈어!"
#4 임종 순간
저녁 9시 30분. 성하께서 숨이 멎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그 찰나에 성하의 심장이 잠시 계속 뛰더니만 멈춰선 것을 모니터로 보았다. 서거 시각을 표시하기 위해 누군가가 시계 바늘을 멈추었다. 성하 침대 곁에 있던 이들은 감사의 `떼 데움`(찬미가)을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울고 있었다. 어찌 울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자 또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때에 집안에 있던 불이 모두 켜졌다…그 다음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치 갑자기 어두워진 것 같았다. 내 위에 어둠이 덮쳤다. 그것은 내 안의 어둠이었다."
스타니슬라프 드지비시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2세가 크라코프 대주교였을 때인 1966년에 그의 비서 신부가 돼서 38년 동안 교황의 최측근에서 교황을 보좌했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두달 후인 2005년 6월 3일 크라코프 대교구장에 임명됐고, 2006년 3월 추기경에 임명됐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외신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