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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시장본당 `천상의 모후` Pr. 단원들이 회합에 앞서 강재흥 주임신부(가운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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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새벽 6시 반. 새벽미사를 마친 레지오 마리애 단원 10명이 회합을 위해 교리실에 모였다. 사람들이 잠에서 깰 시간이지만, 단원들 눈망울은 또렷하기만 하다.
서울 동대문시장본당 `천상의 모후`(단장 조영숙, 지도 강재흥 신부) 쁘레시디움은 새벽 6시 반에 주회합을 한다. 단원들은 모두 상인들이라 새벽 장사를 마쳐 몹시 피곤할 텐데도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주님`에 이어 `성모님`까지 맞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본당에 있는 7개 쁘레시디움 중에서 천상의 모후 쁘레시디움은 회합시간이 가장 빨라 단원들은 모두 부지런쟁이로 통한다. 게다가 단원 10명 중 4명이 쁘레또리움 단원으로서 매일 미사에 참례해 성체를 모시고 성무일도까지 바친다.
단원들은 시장에서 주로 의류나 잡화 등 패션용품을 취급한다. 이곳은 밤 9시부터 손님이 늘기 시작해 새벽 3~4시는 돼야 발걸음이 뜸해진다.
"1000원씩만 더 깎자"는 손님과 "1000원은 힘들다"는 상인이 가벼운 실랑이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 10년 지기 단골이 대부분이라 주인은 손님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얼마를 원하는지 얼굴만 봐도 훤하다. 주인은 단골을 위해 인심 한 번 쓰며 값을 깎아준다.
시끌벅적한 밤 장사를 마친 신자 상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밝아오는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동평화상가 5층에 있는 성당으로 향한다.
작으나마 성당은 상인들이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이곳 신자들은 일할 땐 고객을, 휴식을 취할 땐 주님을 맞이하는 셈이다. 대부분 낮과 밤을 반대로 사는 신자 상인들은 고요한 새벽 주님 말씀을 영접하며 영혼까지 깊은 휴식을 취한다.
2005년 4월 12일 첫 주 회합을 시작한 천상의 모후 쁘레시디움은 처음에는 새벽 4시 30분에 회합을 시작했다. 이 시간은 새벽 장사가 대충 마무리되는 때이고 회합을 마치면 곧바로 새벽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10개월 전부터 상황이 조금 달라져 회합 시간을 바꿔야만 했다.
조영숙(데레사, 59) 단장은 "새벽녘에 다시 문을 여는 가게도 많았는데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면서 "경기가 예년보다 좋지 않아 종업원을 더 둘 수가 없어 아예 장사를 마치고 6시 미사에 이어 회합을 한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장사가 안 돼 울상이면서도 숨어있는 선교사이자 봉사자로서 나눔의 삶을 실천한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물건을 선뜻 내주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본당 빈첸시오회 회원들과 함께 1.5톤 트럭 5대 분량의 의류와 신발 등을 타 본당이나 수녀원, 전남 순천시 성 가롤로병원 등에 보내기도 했다. 운송비만 해결된다면 얼마든지 더 보낼 수 있다는 눈치다.
전교에도 열성적이다. 본당 신자 수가 300여명 남짓하지만 주보는 700부가 넘게 나간다. 시장에서 마주치는 손님이 신자다 싶으면 주저하지 않고 주보를 건넨다. 또 시장 안에 알게 모르게 숨어있는 쉬는신자 상인들을 찾아내 성당으로 인도한다.
단원들의 이러한 나눔의 삶과 전교 열기는 김경희(로사, 50)씨가 냉담을 풀고 천상의 모후 단원이 되는 등 행복한 결실을 이뤄냈다.
평화의 모후 꾸리아 윤옥희(아녜스, 56) 단장은 "전 단원이 매일 미사에 참례할 만큼 화합이 잘 되는 팀"이라며 "성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추적 역할을 도맡고 있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