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반대하며 생명살해 묵과하나”
【런던, 영국 외신종합】교황청과 국제앰네스티가 낙태 문제를 놓고 심각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8월 13일 보도했다.
교황청은 지난 6월 13일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앰네스티가 낙태를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섰으므로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더 이상의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으나, 국제앰네스티 측 역시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 국제앰네스티 주요 지도자들은 지난 4월 집행이사회가 채택한 ‘낙태 지지’ 정책을 재확인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400명의 국제앰네스티 대표 회원들 가운데 대다수는 낙태를 지지한 새 정책을 옹호하는 쪽으로 돌아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시 회의에서 국제앰네스티는 여성에게 임신을 종결시킬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교황청은 국제앰네스티가 전통적으로 지켜온 낙태에 대한 중립적 입장을 포기하는 ‘배신 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레나토 마르티니 추기경은 “비록 강간에 의한 경우라 하더라도, 낙태를 선별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무죄한 태아를 원수로, 파멸시켜야 할 ‘사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낙태 지지 정책이 철회되지 않으면 교황청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국제앰네스티 활동을 거부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게이트 길모어 국제앰네스티 사무부총장은 “낙태 지지 결정은 신학적 원칙이 아닌 법적인 차원에서 내려진 결론”이라고 항변했다.
길모어 부총장은 또 “국제앰네스티의 입장은 낙태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인권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여성들이 강간이나 근친상간, 임부의 건강이나 생명이 위태로울 경우에 그들의 권리를 찾아주자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국제앰네스티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사형에 반대한다던 국제앰네스티가 이제는 특정 상황 하에서는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을 없애는 것에 묵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교황청은 이어 “가톨릭교회가 강간에 의한 임신 또는 임신부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태로울 경우에라도 낙태를 해서 안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생명을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인격을 존중받아야 할 권리나 건강할 권리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인권운동의 효시인 국제앰네스티는 1961년 변호사 출신의 영국 인권운동가이자 가톨릭교로 개종한 피터 베넨슨에 의해 창설됐다. 이후 이 단체는 교황청의 지원에 힘입어 전 세계 회원 180만 명의 조직으로 성장했으며 1977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