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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시대] 이 나이에 학생이라 기분 좋아요

의정부교구 주엽동본당 고진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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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진영씨는 가톨릭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또래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고진영(이시도르, 70, 의정부교구 주엽동본당)씨는 요즘 경기도 일산 집과 서울 남대문에 있는 사무실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졸 틈이 없다. 고씨가 다니는 `가톨릭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내준 독후감 숙제를 하기 위해선 책을 읽어야 하는데, 집에서 차분히 앉아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보니 왕복 2시간이 걸리는 버스 안에서라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씨가 요즘 읽는 책은 알폰소 데켄 신부가 지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이다. 간단치 않은 주제와 내용이어서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도 않는다. 나이 들어 새삼스레 책 읽고 독후감 쓴다는 게 이만저만한 고역이 아니다.
 "이 나이에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지나온 삶을 돌이켜 반성하게 하고, 얼마나 될 지 모를 나머지 생을 잘 마무리하게 도와 주잖아요?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검찰 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10년째 법무사로 일하고 있는 고씨는 평화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가 올해 처음 개설한 `가톨릭 시니어 아카데미` 문을 두드렸다. 젊은 노년층이 노후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아카데미의 취지와 교육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아서였다. 나이가 많아 턱걸이로 합격할 수 있었고, 수강생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덕분(?)에 입학식 때 학생 대표로 입학 선서를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시니어 아카데미가 아니어도 사실 고씨는 바쁘다. 하루 종일은 아니지만 매일 출근해서 일하고, 동네에서 매일 운동하는 것만 해도 하루 해가 짧다. 2남 1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부인과 단 둘이 사는 고씨는 이제 갓 환갑을 넘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고 활기차다. 그런 고씨가 요즘 가장 애착을 가지는 것은 가톨릭 시니어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직함이다. 그래서 시니어 아카데미가 열리는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학생이라는 것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습니다. 사회 일선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있다가 다시 현역으로 복귀한 느낌입니다."
 고씨에게 시니어 아카데미가 더욱 각별한 이유는 다양한 주제의 훌륭한 강의도 강의지만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온 많은 또래들을 만나 친분을 쌓을 수 있어서다. 고씨는 "아직은 한 학기 밖에 지나지 않아 서로에게 서먹한 감이 있지만 좀더 시간이 지나면 한 형제처럼 친해질 것 같다"며 동료 학생들과의 인간적 만남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고씨는 2년 뒤 가톨릭 시니어 아카데미를 수료하면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봉사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배운 것을 다시 전하는 전문가 양성은 시니어 아카데미의 설립 목적이기도 하다.
 "이렇게 건강하게, 그리고 무료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모릅니다. 지금처럼만 산다면 2년 후 봉사 활동도 문제 없습니다."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고씨. 나이를 잊고 열심히 살아서일까,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고씨보다 더 젊고 활기찬 학생은 없을 것 같았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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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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