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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현양 열기가 문화예술의 향기로 피어 오르고 있다.
29일 개막하는 전주교구 요한루갈다제에 가톨릭 문화예술 단체들이 대거 참가해 사진전ㆍ미술전ㆍ합창제ㆍ예술인의 밤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다.
남한산성 순교성지는 20일 순교자 현양미사를 봉헌한 뒤 기념음악회를 열었다. 원주교구도 이날 순교자 현양대회 1부 행사로 순교현양 가무(歌舞)공연을 가졌다. 서울대교구 중서울 1지구는 16일 도보 성지순례 도중 한강 둔치에서 성 김대건 신부 순교극을 공연해 감동을 배가시켰다.

▲ 미사와 특강 위주의 순교자 성월 행사가 다양한 문화행사로 한결 풍요로워지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중서울 제1지구가 한강 둔치에서 공연한 성 김대건 신부 순교극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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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특강 중심이던 순교자 관련 행사가 몇 년 전부터 다양한 문화행사를 곁들인 순교자 현양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일선 본당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미사ㆍ특강ㆍ성지순례가 공식처럼 돼 있던 본당 행사가 성화전시회, 영화상영, 음악회, 박해시 대 유물 전시회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문화적 접근은 순교정신을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순교신심 대중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16일 한강 둔치 순교극을 기획한 이성범(베드로, 서울 새남터본당)씨는 "신자들이 공연을 보면서 순교자의 삶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지난해 용산역 광장에서 순교극을 공연할 때는 행인들도 많이 와서 호기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남한산성 순교성지 전담 박경민 신부는 "음악회를 여니까 미사만 봉헌할 때보다 신자들 반응이 훨씬 좋다"며 "여건만 허락된다면 앞으로 성극도 준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지난 몇 년간 한국교회의 화두가 되다시피한 문화 복음화 영향이 크다. 한국교회 자랑인 순교자에 `문화의 옷`을 입히면 전달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을 사목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견인해 문화 복음화 차원으로 끌어 올리려면 교구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행사기획에 자문을 구할 데가 없고, 하다못해 본당에서 순교극 한 편을 준비하려해도 대본을 구하지 못해 포기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의견이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순교자 성월 행사를 참여형ㆍ체험형 문화축제로 발전시킨다면 일반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따라서 교구 차원에서 문화사목센터(문화국)를 신설해 이런 변화를 지원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