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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이 14일 발표한 식물인간에 대한 음식물 제공 관련 문서는 미국 주교회의가 지난 2005년 7월 15일자로 교황청 신앙교리성에 질문한 내용에 대한 답변이다. 질문의 핵심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하는 것이 환자 자신과 그 가족, 또는 의료 기관에 지나친 부담을 요구하는 치료 행위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교황청은 이에 대해 인위적 수단을 통해서라도 물과 음식을 공급하는 것은 결코 예외적이거나 지나친 부담을 주는 치료행위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 유지를 위한 통상적이고 적절한 수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비용이 크게 들고 위험하며 특수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의료 기구의 사용 중단은 정당할 수 있다"면서 "그런 경우는 환자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막을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밝힌다(「가톨릭교회교리서」 2278항).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식물인간에게 인위적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음식과 물을 공급하는 것은 비용이 크게 들고 위험하며 특수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의료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중단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원칙에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신앙교리성은 해설문에서 이 예를 세 가지로 든다. 첫째, 아주 외진 곳이나 또는 극도의 빈곤 상황에서는 물과 음식을 공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둘째, 환자가 음식이나 물을 섭취해도 소화해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셋째,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환자가 음식이나 물을 섭취할 때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과도한 부담 또는 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는 경우다.
교황청의 이번 가르침은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004년 3월 20일 `생명유지 치료와 식물인간 상태 : 과학적 진보와 윤리적 딜레마`라는 주제의 국제대회 참가자들에게 한 연설 내용을 재확인하고 있다.
교황청이 발표한 해설문에 따르면 당시 교황은 이른바 "영구적 식물인간 상태"란 식물인간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는 것을 가리킨다며 영구적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라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본질적 가치와인격적 존엄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이지 식물이나 동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교황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라도 생명 유지를 위한 기본적 대우(예컨대, 기아를 막기 위한 음식물 섭취, 탈수를 막기 위한 수분 섭취 등)를 받아야 한다면서,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가 기아 또는 탈수로 인해 숨졌다면 이는 태만에 의한 안락사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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