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센터. 가을비가 내려 서늘한 날씨에 필리핀 여성들이 따갈로그어(필리핀 모국어)로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필라코(FILAKO: 필리핀-한국인) 모임으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회장 김선실)에서 운영하는 미리암 이주여성 상담소가 국제결혼 부부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여성들 사이로 큰 언니 같은 필리핀 여성이 보인다. 1년 가까이 필라코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네오니따(neonita, 50)씨다. 곁에는 듬직한 남편 방대연(필립보, 45)씨가 함께 있다.
"결혼은 탱고와 같아요. 서로 발박자를 잘 맞춰야 탱고를 추죠."(네오니따)
결혼이 탱고라면 이들 부부는 탱고 강사다. 마주 보고 있지 않는 부부들은 이들 탱고 강사의 조언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발동작을 맞춰 나가며 탱고를 추기 시작한다.
12년 전 필리핀 로타리클럽에서 회원으로 만나 결혼한 부부는 지난해 한국에 도착해 깜짝 놀랐다. 얼굴도 모르는 남편에게 시집 온 필리핀 여성과 말이 통하지 않는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 남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 혜화동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이들은 미리암 이주여성 상담소를 알게 됐고, 필라코 모임을 이끌게 됐다. 모임에는 평균 부부 30쌍이 참석한다.
필리핀에서 30여 년을 살았던 방대연씨는 남편들에게 필리핀 문화를 이해시키고 한국 문화에 빠삭한 네오니따씨는 아내들을 다독인다.
"필리핀 여성들은 따갈로그어로 속상한 일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는 `가장 중요한 게 뭔지를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남편은 아내의 처지를, 아내는 남편의 처지를 생각하라며 달랩니다."(방대연)
현재 학원 영어강사로 일하는 네오니따씨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과 일주일 만에 결혼한다는 자체가 슬픈 현실이지만 서로 이해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 추석에 부부들을 초대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방대연씨는 "특히 남편들이 필리핀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필리핀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려는 노력을 해야 화목한 가정을 이뤄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필라코 모임 문의 : 02-747-2442, 미리암 이주여성 상담소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