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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시대] 청주교구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과 함께하는 '청노노인연극단'

60-70살 노인들 직접 극본 쓰고 무료공연 펼쳐... 삶의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연기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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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그려넣은 장막 하나 걸어놓고 펼치는 소박한 무대지만, 청노노인연극단원들의 연기는 진지하기 그지없다.
 
 "어화, 청춘들아. 백발 보고 비웃지 마라. 흐르는 세월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느니라."

 매주 월요일 오후 2시 30분이면,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3층 노인대학실에선 연극 연습이 한창이다.

 박종순(70) 할머니 역할은 서낭당 `당산 할매`. 판소리 창법을 연상시키는 구수한 음색이 일품이다. 집에선 온몸이 쑤시다가도 복지관서 두 시간씩 연습하면 아픈 데가 싹 가시니 배역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처음 연습할 땐 혈압이 올라 약을 먹어가며 연습해야 했지요. 그런데 연기에 몰두하다보니 이젠 면역력이 생겼어요. 연극을 보던 할매들이 눈물을 철철 흘리는 걸 보면, 연기를 하는 저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을 쏟곤 하죠. 그래서 더욱 힘을 냅니다."
 60~70살 안팎 어르신들로 이뤄진 `청노노인연극단`(단장 이각종ㆍ석용무)이 문화 예술에 접근하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어린이, 노인들 사이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퇴적한 삶의 연륜과 지혜에서 우러나오는 호소력 넘치는 연기가 문화적 나눔으로 이어져 `감동의 무대`를 연출하고 있는 것.

 극단은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상수 신부) 주도로 구성된 노인전문 봉사 단체다. 자신들이 스스로 극본을 쓰고 분장과 음향, 소품, 홍보까지 챙겨 무료 공연을 펼친다. 어르신들 1인 1특기를 계발하고자 복지관 측에서 지난해 9월 극단을 조직했고 극단 운영비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가갸거겨`도 모르던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우치며 대본을 보는 열성이 극단의 저력. 단원은 할아버지 6명, 할머니 23명 등 총 29명이고, 연극 지도는 연극인 권영국씨가 맡고 있다.

 첫 작품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공연한 `고리`로, 끊을 수 없는 고리처럼 이어지는 노인학대 문제를 다뤄 지역문화계에 신선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다시 극을 쓰고 맹연습에 들어가 8개월 만인 10월 11일 청주 사창동 성심양로원에서 `젊은이들아…, 너희도 언젠가는 늙는단다`는 제목으로 두 번째 무대의 막을 올렸다. 40분짜리 극의 주제는 `쪽빛 황혼`으로, 자녀와 떨어져 홀로 지내는 노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 가족의 일상과 사회 단면을 슬프고도 해학스럽게 각색했고 연기도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여섯 달 가량 악극단을 좇아다닌 체험을 잊지 못해 극단에 들어온 이각종(74) 할아버지. "1주일에 한 번밖에 연습하지 못하는데도 공연이 성황리에 이뤄지는 걸 보면 우리가 너무 잘하는게 아닌가"하는 할아버지는 또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며 몰두하는 걸 보면 다들 내면에 이렇게 상처를 안고 사는구나 싶어 공감한다"고 전한다. 추후 공연은 충북 지역 복지시설은 물론 서울, 대전 등지에서 이뤄지며, 12월에는 경기도 자원봉사대축제에도 나갈 계획이다. 문의 : 043-255-2144~5

   김상수 관장 신부는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어르신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해 대본을 쓰고 발표하실 뿐 아니라 연극을 통해 봉사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울고 웃는 가운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연기를 하시는 분들도 치유가 되고 극을 지켜보는 관객도 치유가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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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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