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목이 당대 문화와 만날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복음이 처음 선포되던 때부터 교회는 문화들과 만나 그 문화들에 참여 (「신앙과 이성」 70항)해 왔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베드로 사도에게 이방인의 음식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이방인에겐 선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온 그의 사고방식을 가능으로 전환시키신다(사도 10장). 하느님은 특별히 당대 유대 음식문화를 통해 영상과 소리라는 멀티미디어 문화 를 활용하신 것이다.
바오로 사도의 개종 사건 역시 멀티미디어적이다. 바오로는 하늘에서 비치는 빛과 거기서 들려오는 예수님 음성을 듣게 되고 그에게 세례를 준 아나니아는 하느님을 영상 중에 만나고 그분 음성을 듣는다(사도 9장).
이렇게 초대교회에서부터 이어져오던 멀티미디어적 사목방식은 15세기 인쇄술 등장으로 쇠퇴하고 결국 신앙생활은 그 역동성을 상실한 채 관념화되고 말았다. 하지만 오늘날 디지털TV 인터넷 다기능 휴대폰 등 멀티미디어가 재등장하면서 생생한 신앙생활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최근 젊은 사목자들을 중심으로 파워포인트 정지영상 동영상 등을 직접 제작해 여러 사목분야에 활용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과거 시청각 교재를 사용하던 시대와 달리 멀티미디어는 개별적 미디어를 통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의 편리함과 커다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얼마 전 본당에서 멀티미디어 성서대학 을 개설한 적이 있다. 언어 위주의 강의에서 탈피해 영상과 소리 문자를 결합해 내용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 또 주제에 대한 상황적 이해를 폭넓게 하는 것은 물론 수강자들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강의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도 거뒀다.
하지만 무엇보다 멀티미디어의 사목적 활용은 목적이 아니라 보조수단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멀티미디어는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를 의사소통시키고 만나게 해주는 매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