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일
본당/공동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할머니들이 기름유출 난리통에 '온천여행' 떠난 이유

새 임지로 떠나는 구본국 신부, '짠한' 마음에 위로여행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바위에 매달려 기름 닦는 실력으로 오늘은 때를 `빡빡` 미는 거예유."

 1월 24일 충남 태안군 태안성당. 태안반도 전체가 기름유출사고로 난리통인데, 구본국 주임신부는 "오늘은 온천에 가서 개운하게 몸을 풀자"며 할머니들과 버스에 올랐다.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물밀듯 몰려오고,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자가 속출해 지역 민심이 가뜩이나 흉흉한데….
 


 
▲ "신부님, 그러지 말고 사진 한 장 찍어유~" 온천 위로여행 버스에 오른 구본국 신부가 카메라를 피하자 할머니들이 구 신부를 억지로 세워놓고 박장대소한다.
이날 성당에서 모처럼 웃음소리가 들렸다.
 
  구 신부는 "할머니들이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기름을 닦느라 지친 데다, 1000원짜리 한 장이 아쉬운 형편이라며 힘들어 하신다"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위로여행을 떠나는 속내를 털어놨다.

 구 신부는 "언젠가 할머니들을 모시고 근사한 카페에 들어갔는데 다들 `커피값이 김치찌개 값보다 비싸다`고 놀라며 뛰쳐 나오셨다"며 "이처럼 가난하고 순박한 신자들에게 큰 재앙이 닥쳤는데도 그냥 떠나게 돼서 발걸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구 신부는 사제인사 발령에 따라 며칠 뒤 새 임지로 떠난다.

 # 설은 무슨 얼어죽을….
 태안본당의 세밑 풍경은 인적 끊긴 만리포 백사장과 인근 횟집들마냥 썰렁하다. 이날 따라 기온이 뚝 떨어져 예정된 자원봉사활동도 대부분 취소됐다.

 자원봉사자 지원본부가 있는 대형천막 안으로 들어가 설 명절 운을 떼자 남성 신자들은 "설은 무슨 얼어죽을 설이여"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사고 직후부터 지원본부로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는 지원본부장 손승만(로마노, 63)씨는 "평일에 300~400명, 주말에 1300여 명씩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을 맞이하고 안내하느라 남성 신자들은 모두 녹초가 됐다"며 "명절은 커녕 당장 생계비가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요하(막시모, 60) 사목회장은 "신자 2500여 명 가운데 이번 사고의 직간접 피해자가 500여 명"이라며 "특히 바닷가에서 굴을 따거나 조개를 캐서(맨손어업) 하루벌이를 하던 노인들 형편이 너무 딱하다"고 말했다.

 여성 신자들도 지쳐가기는 마찬가지다. 성모회원들이건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건 봉사자들 밥을 해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한 남성 신자는 식사준비 때문에 총총걸음으로 뛰어다니는 성모회장 명미순(클라라, 55)씨를 향해 "방제작업 끝나면 보약 한 채 지어줄 께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명씨는 "멀리서 찾아와 고생하는 봉사자들에게 찌게라도 끓여 밥 한끼 대접하는 마음으로 주방을 지키고 있다"며 "자매들이 서로 자신의 일처럼 하니까 떡국 1300인분을 끓여 내가도 힘든 줄을 모른다"고 말했다.

 # 이번 설에 자식들이 올라나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영세 민박업을 하는 노부전(안나, 71) 할머니는 "그렇잖아도 피서객들이 시설이 형편없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올 여름엔 사람 구경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식들이야 집 짓는 데 쫓아다니고, 대리운전하고…. 사위는 벌써 두 해째 집에서 놀고 있대유. 몰러유. 이번 설에 올라나 안 올라나. 사는 게 그러니께 요즘은 명절이 돼도 잘 안 와유."

 지요하 사목회장은 위로여행을 떠나는 할머니들을 배웅한 뒤 "예로부터 살기 편하다는 태안(泰安)에 왜 이런 재난이 닥쳤는지 모르겠다"며 "주민들이 하루 빨리 웃음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태안본당측은 "백사장만 겨우 닦아냈을 뿐 아직도 외곽 바위틈에는 기름 덩어리가 수두룩하다"며 봉사의 손길을 요청했다.
 
자원봉사 문의: 041-674-1004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2-0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9. 2

루카 4장 18절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게 하셨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