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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 산하 가톨릭시니어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 학장 김학렬(토마스 데 아퀴노, 68, 서울 석촌동본당)씨.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하면서 부총장까지 지냈으니 세상 기준으로 볼 때는 사회 지도층 인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김씨에게는 전혀 그런 티가 나지 않는다. 수수하고 소탈한 외모도 그렇거니와 아카데미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물통을 직접 나르고 간식을 챙기며 수강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일일이 명찰을 달아주는 모습을 보면 평생 봉사활동만 해온 이웃집 할아버지 같다.
김씨를 가까이서 지켜본 노인사목부 송향숙 수녀는 "학장님은 허드렛일을 솔선수범하는 겸손함과 다른 이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그리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넉넉함을 함께 갖고 있다"며 "함께 일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아카데미 학장직은 김씨가 하고 있는 다양한 교회 봉사활동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김씨가 봉사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5년 정년퇴직이 큰 계기가 됐다.
"저도 그랬지만 퇴직을 앞둔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할지 굉장한 불안감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교수생활 하느라 바빠서 하지 못했던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후 김씨는 본당 노인 울뜨레야 모임인 요셉회를 만들어 매주 한 차례 모임을 진행해왔으며, 지난 가을에는 본당 레지오 마리애에도 가입해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뿐만 아니라 재속 프란치스코회 양성 담당을 맡아 매월 한 차례씩 입회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전공을 살린 셈이다. 한 달에 하루 교육이지만 강의 준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지 모른다. 김씨는 "덕분에 꾸준히 신앙서적을 읽고 또 묵상하게 되니까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을 절감한다"며 만족해했다.
아카데미와 인연은 지난해 봄 아카데미가 출범할 즈음 지인을 통해 우연찮게 맺어졌다. 새로운 봉사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에 두말 않고 학장직을 맡았다. 아카데미 강의가 있는 수요일과 목요일 뿐만 아니라 회의나 행사가 있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재속 프란치스코회 양성 업무에다 울뜨레야, 레지오 마리애, 그리고 아카데미 일을 쫓아다니다 보면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금방 지나간다. 다행히 아직까지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는 편이다. 틈만 나면 산을 오르며 건강을 다진다.
"노년에 하느님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항상 감사드리며 살고 있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김씨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전에 자신이 무슨 일을 했든 상관 없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다가갈 때 지금껏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좀 더 풍요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자신의 지위에 연연해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아카데미 설립 취지처럼 노인들이 다른 이들과 함께 하면서 노후를 활기차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김씨는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과 교회를 위한 일이라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봉사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