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시간에 졸지 않으면 주보를 뒤적인다고?
이문환(의정부성모병원 원목실장) 신부에게는 안 통하는 말이다. 이 신부 강론은 재미있다. 밋밋하지 않고 가슴에 콕 와닿는다. 그렇다고 언변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비결은 멀티미디어 강론 .
지난 부활대축일 미사 강론시간. 그는 예수 부활에 대해 얘기하면서 관련 디지털 사진들을 LCD 프로젝터를 통해 한장씩 한장씩 보여주었다. 영화 「나자렛 예수」에서 따온(캡쳐) 빈무덤 사진 자막처리한 부활 성화 환하게 웃고 있는 원목실 수녀들 사진 등 32컷이 그의 강론을 뒷받쳐주었다. 강론을 듣기만하다 보기까지 하는 터라 신자들이 무척 좋아했다.
이 신부는 컴퓨터와 멀티미디어 도구들을 사목에 적극 활용한다.
성목요일 주님만찬미사에서는 예수가 제자들 발을 씻기는 장면의 성화를 스캔받아 활용했고 비신자가 많은 신입간호사 연수회에서는 주님의 기도 영상물을 만들어 그 의미를 설명했다.
며칠 전 환자위안의 밤 행사에서도 사랑하는 법과 용서하는 법 이란 시낭송 음성을 넣은 사진 영상물을 컴퓨터로 보여주었다.
우리는 같이 가는 길을 늘 혼자간다고 생각합니다/ 바람 부는 날 저 미루나무 언덕에 혼자 있다 하여도/ 가슴 속에는 누군가가 함께 있기 마련입니다….
이 시에 하느님 예수님 은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톨릭계 병원에서 투병 중인 환우라면 보이지 않는 위로의 손길을 조금이라도 느꼈으리라는 게 이 신부 생각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장비와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스캐너 30만원대 디지털카메라 프로젝터 정도다. 그리고 좋은 사진이 눈에 띄면 그걸 디지털 이미지로 저장해뒀다가 주제에 맞게 편집하는 정성만 있으면 된다.
이 신부가 5년여간 축적한 내용물(콘텐츠)은 약 100개. 강론 구상을 끝낸 뒤 1시간 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면 시청하는 강론 영상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강론은 특히 영상세대인 청소년들이 좋아한다. 경찰사목 시절 전의경들과도 이런 영상물을 함께 시청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그는 예수님은 복음 메시지를 쉽고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여러가지 비유를 동원하셨다 며 현대 사회에서 간단한 멀티미디어 도구만 활용해도 강론은 한결 풍부해지고 전달력도 강해진다 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고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수고라고요? 내가 만든 영상물을 보고 기뻐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즐거운걸요.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