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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5~20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곤혹스런(?) 요청을 받았다.
미국의 한 금연운동단체가 "방미 중에 담배 판매와 흡연을 강력히 비난하고, 바티칸을 세계 최초의 `흡연 없는 나라`로 선포해 달라"고 공개 요청한 것. 이 단체는 "교황의 선포는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담배 유해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선뜻 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바티칸은 2002년 사무실과 공공장소 흡연금지 조치를 내리기 전까지 `흡연자들의 피난처`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타종교에 비해 술과 담배에 관대한 데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순례객들의 흡연을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바티칸 병원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직원은 "안에서 담배를 피면 벌금 30유로(한화 4만6800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바티칸 경찰은 "실내에서 계속 흡연을 하는 직원에게는 정직 처분을 내릴 수 있다"며 "그러나 실외 흡연까지 간섭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바티칸은 싱가포르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서는 거리 흡연은 물론 껌을 씹거나 침을 뱉어도 벌금형을 받는다.
현재 순례객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담뱃불을 붙이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휴식시간에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는 대성당 안내원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바티칸 시국 정부의 레나토 보카르도 주교는 "2002년 공공장소 흡연금지 조치 이후 흡연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밝혔다.
보카르도 주교는 몇년 전 교황 전용기(알리탈리아 항공 소유) 내 흡연금지 조치를 관철시킨 장본인. 알리탈리아 항공은 기내 흡연금지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유독 교황 전용기 내 흡연은 예외로 뒀다.
보카르도 주교는 "항공사 측에서 수행원과 기자들에게 탑승기념으로 담배 한 보루씩 선물하곤 했는데, 그에 고무돼 아무 생각없이 계속 피운 모양"이라며 "그래서 내가 `더 이상은 안돼(Enough! No more smoking)`라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세계보건기구 금연정책을 지지하는 바티칸이 시국 안에서 직원들에게 면세 담배를 계속 판매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또 암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흡연을 죄로 단정하지 않는다고 문제 삼는다.
보카르도 주교는 "담배는 해롭기 때문에 판매를 점차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흡연을 죄로 단정하라는 주문에 대해서는 "그러면 콜레스트롤 수치를 높여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육류 과다섭취도 죄 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바티칸=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