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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이 4월 19일 성요셉 신학교에서 열린 신학생들과 장애 젊은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장애아동을 축복하고 있다.
▶ 9.11 테러 사건의 비극적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한 교황이 고인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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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교회 사제들 아동 성 추행 파문 공식 사과하며 국민 불신 해소
아메리카 대륙 복음화 소명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일치·화합 촉구
부시 대통령과 회담서 생명·가정 수호·인권과 종교 자유 등 논의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미국 순방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교황의 이번 방문이 상당히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고, 그러한 순방의 성격은 교황의 강론이나 연설, 특히 부시 미 대통령과 나누게 될 이야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러한 관측은 현재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럴듯하게 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국제 사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미국 교회의 위상, 그리고 이라크전과 세계화, 생명윤리 문제 등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거나 하고 있는 국제적인 굵직한 이슈들 중에는 교황과 미국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의 이런 관측과는 달리 교황의 이번 방미는 정치적인 성격보다는 사목적이고 신앙적인 측면이 강했다. 사실 이러한 형국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세계 순방의 면모들에서도 나타났었던 것이다. 국제 정치적인 시각에서 정치적 함의를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의 방문들에서도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사목적인 성격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순방에서도 교황의 주요한 연설들은 대부분 국내 및 국제적인,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교회의 지도자들이 공적인 문제에 대해서 교회의 입장을 피력하고 전달할 권리에 대해서는 강조하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도 구체적인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기보다는 책임있는 세계 지도자로서 나눌 수 있는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문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교황의 이번 순방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는 오직 하나, 성 요셉 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장애인 젊은이를 만나 한 연설에서 고백한 자신의 청소년기, 나치 정권의 사악한 체제 아래에서 고통을 받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교황 순방의 의미
교황의 이번 순방은 그러나 사목적으로, 미국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고, 미국 교회가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반드시 기억하고 모색해야 할 방향들에 대해서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그 한 가지가 바로 미국 교회의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 추행 사건이다. 미국 교회는 지난 6년 동안 이 문제로 인해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교황은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부터 여러 곳에서 거행한 미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사과의 뜻을 피력하고, 미국 교회가 이제 과거의 잘못을 깊이 성찰하고 정화하며, 그럼으로써 미래를 향해 신앙 안에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거듭 말했다.
특히 교황은 이런 추문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표시하고 사과함으로써 가톨릭 교회에 대한 불신과 지탄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또한 교회로서는 과오를 진정으로 뉘우치되 거기에 얽매이지 말고 더욱 굳건한 신앙으로 살아갈 것을 촉구한 것이다.
교황 순방의 두 번째 목적 또는 성과는 경제 정의로부터 낙태 등 생명 윤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 및 윤리 문제와 관련해 교리적으로나, 강요가 아니라 설득과 모범으로서 미국 교회가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침 혹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교황의 이번 순방은 아메리카 대륙의 복음화를 위해서, 미국 교회가 종종 보수와 진보 혹은 자유 진영으로 나눠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촉구이다. 교황은 이번 순방길에서의 여러 기회를 통한 연설에서 “모든 분노를 제쳐두고” 더욱 효과적으로 복음화의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마음을 모으고 일치하기를 권고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
이례적으로 공항 활주로까지 나가 교황을 영접한 부시 대통령과 교황 베네딕토 16세와의 만남에서는 예상과는 달리 이라크 등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 20분 동안 진행된 부시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에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그에 대한 존경, 생명, 혼인과 가정의 수호와 증진, 미래 세대의 교육 문제, 인권과 종교 자유, 지속 가능한 개발과 빈곤 및 만연한 질병과의 싸움 등이 그것이다.
교황은 백악관에서의 연설에서 자유를 수호하는 것은 덕, 자기 단련, 공동선에 대한 희생정신,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책임감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것은 시민생활에 대한 참여와 자신의 가장 깊은 신앙과 가치를 사회 공동의 문제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과 부시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두 사람은 “무죄한 이들에 대한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어떤 종류의 테러 행위에 대해서도 완전히 거부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성명은 나아가 “인간 존재와 그 권리를 존중하는 모든 적절한 수단을 통해 테러리즘에 대항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말했다.
교황과 부시 대통령과의 또다른 공통 관심사는 중동 평화 문제였다. 성명은 두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족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레바논의 자치권과 독립에 대한 상호 지지, 이라크의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이 지역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한다는데 공감했다. 특히 교황과 부시 대통령은 “폭력의 종식과 이 지역의 위기 상황에 대한 즉각적이고 총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성명은 마지막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상황과 이주민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holic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