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 미국 사목방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미 대륙에 용서와 화해, 희망과 신앙 회복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15일부터 6일 일정으로 가진 즉위 후 첫 미국 사목방문에서 사제들의 어린이 성추행에 대해 사과하고, 경제정의와 낙태 등의 문제에 있어 강대국다운 도덕적 모범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또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로 갈려 있는 듯한 미 종교계를 향해 "모든 갈등을 씻어내고 사회 복음화를 위해 일치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의 이번 방미는 CNN, ABC 등 미 주요 TV가 일정을 대부분 생중계하고, 워싱턴포스트 등 일간지들이 관련 소식을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포프마니아(Popemania)`, `교황 주간`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교황의 조용하면서도 파격적인 행보는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부터 시작됐다. 교황은 기내에서 미국 사제들의 어린이 성추행에 대해 공식 사과한데 이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눈물의 기도`를 함께 바쳤다. 이는 6년간 지속된 성추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교황은 세계 최강대국이자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교황은 "현재 미국은 전통적 도덕윤리의 약화, 소외와 폭력, 분노와 양극화, 하느님에 대한 망각 등의 징후가 뚜렷하다"며 이를 `신(新)세속주의 공격`이라고 정의했다.
교황은 또 20일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봉헌된 대미사에서 "하느님께서 미국교회에 `새로운 봄`을 준비하고 계신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위대한 신앙 유산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확고한 믿음을 갖고 신앙적 전진을 하라"고 미국교회에 당부했다.
교황은 또 예상과 달리 이라크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9ㆍ11 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평화의 기도를 바쳤다. 이는 부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보다 메시지 파급 효과가 더 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 한 주간 미 전역을 가톨릭 열풍에 휩싸이게 한 교황의 이번 방미는 가톨릭 신자비율이 23인 프로테스탄트 대륙에서 가톨릭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주요 언론들은 교황이 바티칸으로 돌아간 직후 `미국은 왜 교황에 열광했는가?`라는 분석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CNS 외신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