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은 `선택`이고, 진심으로 사랑하면 혼전 성관계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으며, 인공피임을 금지하는 교회 가르침은 시대착오적이다."
많은 현대인이 생각하는 결혼관과 가정, 성에 대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신자들은 어떨까. 2일 수원교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제15회 수원교구 심포지엄 `위기의 가정, 희망의 사목`에서 발제자들은 신자나 미신자나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신자 가정을 위한 교회의 사목적 노력을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통계로 본 한국 가정과 교우 가정`(추교윤 신부, 의정부교구 덕정본당 주임), `교회의 가르침에 비춰본 한국 가정`(이창영 신부, 가톨릭신문사 장), `인구 전환기 한국가정을 위한 교회의 가정사목 방향`(박문수 가톨릭 패밀리 아카데미 원장)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심포지엄 내용을 정리한다.

▲ 제15회 수원교구 심포지엄에 참가한 신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
현대의 가구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가족의 크기와 형태 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족의 크기 면에서 가족원수의 감소와 더불어 3대 직계 가족이 감소하는 `소가족화`가 진행됨을 알 수 있다. 또 가족의 형태 면에서는 2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1인 가구 증가, 노인가구 증가, 이혼율 증가에 따른 한 부모 가정 증가, 그리고 이에 따른 여성가구주 증가 등과 같이 가구 구성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신자 가정의 구성도 한국 가정의 현실적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게 소가족화의 흐름 속에서 노인 가구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본당에서 유아세례는 줄고 병자성사와 병자영성체는 늘어나는 추세다.
교회는 가정의 △인간 공동체의 형성 △생명에의 봉사 △사회 발전에의 참여 △교회의 삶과 사명에의 참여 네 가지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 생명 관련 가르침에 대한 신자들 생각은 어떨까. 신자들은 교회 가르침에 대해 `마땅히 가르칠 것을 가르치고 있으니 따라야겠다`는 생각이 53.1로 가장 높았으나, 가르칠 것을 가르친다고 보지만 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37.9), 따라야겠다는 생각보다 죄책감이 앞선다(5.2), 시대착오적인 가르침으로 느껴져 따르려는 생각보다 거부감이 든다(2.8),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다(0.7), 모름/무응답(0.3)이 뒤를 이어 둘 중 한 명은 교회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회의 생명에 관한 가르침 중 받아들이기 어려운 항목에 대한 복수응답에서는 인공피임금지(50.0), 낙태금지(36.4), 안락사금지(29.6), 사형금지(22.3), 배아복제금지(15.0), 자살금지(12.6)로 답하고 있다.
혼전 성관계에 대한 견해는 일반인의 경우 `어떠한 경우라도 피해야 한다`가 32.3, `진심으로 사랑하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가 64.1, `사랑하지 않더라도 별문제 되지 않는다`가 3.6인데 비해, 신자들은 `어떤 경우라도 피해야 한다`가 50.6, `진심으로 사랑하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가 47.1, `사랑하지 않더라도 별문제 되지 않는다`가 2.3로 답해 일반인에 비해 덜 개방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과반수 정도는 교회 가르침에 상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신자들의 태도를 보면,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 삶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낙태의 경우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낙태를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 천주교 신자 60.7가 낙태를 개인의사에 맡겨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미혼모일 경우 신자의 31.9가, 장애아 출산 가능성이 있을 경우 55.3가, 원치않는 임신일 경우 67.8가, 산모건강이 위험할 경우 88.4가 낙태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혼, 출산율 저하, 낙태 등 다양한 원인으로 해체되고 파괴되는 가정을 살리려면 교회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가정사목의 대상이자 주체가 바로 가정`이라는 인식 전환이 그 첫 번째이다.
두 번째로 가정을 위한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 예비신자 교리, 신자재교육, 강론 등에서 혼인성사와 그리스도인의 가정생활 주제 강의를 늘리고 이혼발생 확률이 높은 시기의 부부를 대상으로 가족 기능강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세 번째로 가정사목을 사목의 중심 과제로 통합하는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교구마다 가정사목부와 전담사제를 두고, 본당에는 가정사목분과를 신설 또는 활성화 하는 한편, 소공동체 운동 등이 가정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가정, 독신 남녀, 기러기 가정, 한 부모 가정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다양화되는 새로운 사목 대상자를 위한 체계적 연구가 요구된다.
교구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심포지엄은 저출산 고령화 경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인구 전환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에 교회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정리=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