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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교황과 바티칸만큼 욕심나는 광고 모델도 드물다.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인 데다 바티칸은 순례자들을 비롯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만일 교황이 A사 브랜드를 선호해 화제가 되면 A사 입장에서는 광고비 한 푼 안 들이고 막대한 홍보효과를 거두게 된다.

▲ 바티칸은 기부 제의가 들어와도 교회정신에 어긋나는 것은 거절한다.
사진은 바오로 6세 알현홀 지붕에 태양열 발전판을 무료설치 중인 독일 회사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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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즉위하던 해 언론들은 "교황, 구찌 선글라스 쓰다" "교황은 프라다 구두를 신는다"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해당 브랜드 홍보 담당자들의 발빠른 제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보도였다. 하지만 그 보도는 나중에 오보(誤報)로 밝혀졌다.
최근 한 무인경비시스템 제조업체는 "바티칸 주변의 57㎞ 성벽 무인 카메라 설치계약 체결"이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뿌렸다.
그러나 바티칸 보안담당 관계자는 "보안구역 몇 군데에 그 업체 제품을 설치했을 뿐"이라며 "바티칸의 신뢰도를 마케팅에 이용하려는 뻔한 상술"이라고 일축했다. 또 "16~17세기에 축조된 바티칸 주변 성벽은 겨우 3㎞ 정도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교황과 바티칸을 이용한 마케팅이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교황이 지난 4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현지 도시철도회사는 장엄미사 참례자들을 위한 특별열차 운행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열차에 탑승한 교황 모형까지 광고에 등장시켰다. 그러나 워싱턴대교구 항의로 이 광고는 중도 하차했다. 더구나 교황 모형에 흰색이 아닌 붉은색(추기경용) 수단을 입혀 망신까지 당했다.
또 이탈리아의 유명 모피회사는 지난해 "교황에게 흰담비 털가죽으로 만든 망토를 선물할 계획"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이 선전은 모피착용반대운동 단체들의 전국 시위를 촉발시켰다.
바티칸은 교황을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이용하려는 기업들 의도를 익히 간파하고 있다.
바티칸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기업이 `바티칸도 자사 고객`이란 사실을 홍보하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렇다고 교황이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어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기업은 오래 전부터 자사 제품을 교황과 바티칸에 선물하고 있다. 이탈리아 피아트(Fiat)그룹은 1909년 교황 비오 10세에게 고급 승용차를 선물한 이래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사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독일의 한 태양열 전기회사가 태양열 발전판 2400개를 바오로 6세 알현홀 지붕에 무료로 설치해줬다. 업체측은 "독일 출신의 교황에게 경의를 표하고, 지구 환경자원 보존에 힘쓰는 교회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바티칸=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