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파문당한 성 비오 10세회 소속 주교들을 복권시킨 것에 대해 "이 문제가 이렇게 큰 파문을 일으킬 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었다"면서 교황청이 파문 철회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교황은 10일 각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교회 일치를 이루기 위한 화해의 시도가 가톨릭과 유다교 관계를 단절시키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교회로 돌아가려는 것으로 보여 큰 슬픔을 느꼈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들에 교황청이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2일 교황청을 방문한 이스라엘 시아 야수브 코헨 랍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교황은 서한에서 파문 철회에 대한 오해를 신속히 바로잡아주고 유다교와 가톨릭간 신뢰를 회복하는데 노력해준 유다교 형제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
교황은 또 서한에서 "주교들의 파문을 철회하게 된 근본적 목적과 과정에 대해 자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실수를 깊이 후회한다"면서 "파문 철회에 대한 오해를 신속히 바로잡아주고 유다교와 가톨릭간 신뢰를 회복하는데 노력해 준 유다교 형제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1월 24일, 1988년 교황청 승인 없이 서품돼 파문당한 성 비오 10세회 소속 주교 4명을 사면한다는 교령을 발표했다. 성비오 10세회는 가톨릭 근본주의를 표방하며 종교자유와 교회일치를 주창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를 받아들이지 않아 교황청과 대립 관계에 있다.
게다가 사면된 주교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나치의 유다인 학살을 부정한 리처드 윌리엄슨 주교가 포함돼 유다교는 물론 가톨릭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리처드 윌리엄슨 주교는 지난해 11월 스웨덴TV와 인터뷰에서 "유다인 학살은 과장됐고 나치 가스실에서 죽은 유다인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 인터뷰는 교황이 파문 철회 교령을 발표하기 3일 전에 방송됐다.
유다교는 즉시 "교황청과의 관계를 끊겠다"며 반발했고 독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유럽사회 지도자들도 교황의 결정을 비난하는 성명을 잇달아 내놓으며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예상치 못한 비난에 당황한 교황청은 이례적으로 이를 해명하는 성명을 수차례 발표하고 윌리엄슨 주교에게 유다인들에게 공개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하며 사건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 서한에 대해 "성 비오 10세회 소속 주교 사면에 대해 공개적 비판을 받으며 가톨릭교회 지도자로서 논쟁의 정점에 섰던 교황의 근심과 고난을 담고 있다"며 "주교들에게 이같은 개인적 소회를 담은 편지를 보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외신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