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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288호로 지정된 전주 전동성당(주임 김용태 신부)이 반교회적 낙서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 교회 문화재 보존 관리 대책 마련이 요청되고 있다.
7일 새벽 전주시 완산구 전동1가 200-1에 위치한 전동성당 출입문과 벽, 바닥 등이 흰색과 빨강 파랑 등 세 가지 색으로 `ANTICHRIST` `사이비` `FUCK` 같은 문구와 거꾸로 된 십자가 모양 등으로 마구 훼손돼 있는 것이 본당 수녀들에 의해 발견됐다.<사진>
본당 측은 이 사실을 즉각 교구청과 관할 경찰서에 알렸고, 경찰은 현재 탐문 수사를 통해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본당 관계자들은, 낙서 내용으로 보아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누군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짓이고, 한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 적어도 3명 정도는 가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성당 문은 밤 11시에 닫고 새벽 5시에 열고 있어서 범행이 발생한 시각은 6일 밤 11시부터 7일 새벽 5시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전동성당은 지난 1988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난 적은 있었지만 반 교회적 내용의 낙서로 훼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 권상연(야고보)이 순교한 순교 1번지 전주 풍남문 밖에 세워진 전동성당은 1914년에 완공된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표적 로마네스크식 건물로 꼽힌다.
지난 1981년 사적 제288로 지정된 전동성당은 신자들을 위한 순례지로서뿐 아니라 인근 보물 제308호 풍남문과 경기전, 한옥마을 등과 함께 전주의 대표적 관광명소로도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성당 관리의 경우 주간에는 본당에서 자체로 맡아 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야간에는 성당 문을 걸어 잠그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리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성당 화장실까지 공공 화장실로 개방하고 있는 탓에 밤 늦은 시각에도 관광객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왕래가 잦아, 본당 측은 문화재 보호 및 관리 차원에서 CCTV라도 설치해 줄 것을 관계 당국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번번히 거절당했다.
김용태 주임신부는 사건 발생 후 사목회 고문단 회의를 통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저녁시간 만이라도 성당을 보호 감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경찰의 방범 활동을 늘리거나 24시간 방범 활동을 펴는 풍남문 경비 인력을 증원해서 전동성당까지 경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그러나 마땅히 보호해야 할 문화재에 대해 CCTV 하나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문화재 관리의 현주소라며 문화재 보호 관리에 대한 당국의 더욱 적극적이고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주교구는 7일 교구 내 각 본당에 공문을 보내 전동성당에 괴한이 침입해 반 교회적 내용의 낙서를 하고 달아난 사건을 주지시키고, 각 본당에서도 특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