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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친정 못 간 필리핀 며느리 에멜릿타씨

진짜 친정 집에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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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운자 수녀(왼쪽)와 손춘자 수녀가 에멜릿타씨 집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진안 읍내에 있는 인보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약 9km 남짓 떨어진 진안군 정천면 월평리에는 필리핀 결혼 이주민 여성 에멜릿타(36)씨가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과 8살 된 딸과 함께 산다.
 지난 2000년 1월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에 온 에멜릿타씨는 2003년 여름 친정 아버지 초상을 치르러 남편과 당시 돌배기였던 딸과 함께 필리핀에 다녀온 이후 지금껏 친정엘 가보질 못했다. 돈이 없어서다.
 더구나 남편 김종성(45)씨는 지난해 가을 경운기를 타고 가다 트럭이 뒤에서 덮치는 큰 사고를 당해 3개월 이상 병원 신세를 졌다. 퇴원해서 지내고는 있지만 다리에 철심을 박은 데다 시력까지 나빠 힘든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다.
 집안에서 가장 활동력이 강한 사람은 76살 된 노모 김순애 할머니다. 농사일을 하는 것도 모두 김 할머니 몫이다. 45살 때 남편을 여의고 5남매를 키운 김 할머니는 막내인 김종성씨가 필리핀인 아내를 얻자 외국인 며느리가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데리고 있으면서 가르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처음에는 제게 혼도 많이 났지요. `먼 데서 와서 사는 딱하고 불쌍한 며느리 내가 하는 것을 보고 잘 배워서 착하게 살아라`는 생각에서 혼을 내면 이 아이가 또 오해를 해요. 그러면 또 내가 마음이 아프고…."
 그래도 며느리가 착하게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김 할머니는 에멜릿타씨의 친정 이야기가 나오자 바로 눈물을 쏟아낸다.
 "차라리 내가 데리고 있지 않고 내보냈으면 제 앞가림은 했을텐데 괜히 붙잡고 있으면서 이렇게 고생만 시키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밤에 드러누워서도 잠이 오질 않아요."
 미안한 마음은 남편 김종성씨도 마찬가지다. `친정에 한 번 다녀왔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아내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남편으로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데 대한 회한이 김씨를 더욱 짓누른다. 특히 사고로 다친 이후로 살림에 보탬이 되는 일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필리핀 민다나오섬 수리가오가 고향인 에멜릿타씨는 6년 전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듣고 그것도 40일 이상 늦게 도착해 장례식만 보고는 바로 돌아와야 했다. 일주일 여행이었지만 친정 집에까지 가고 오는 데만 5일 이상 걸린 탓이다.
 당시 돌배기 딸이 초등학생으로 자라는 동안 한 번도 친정에 가보질 못해 애만 태우는 에멜릿타씨는 친정에 가보고 싶으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훔친다.
 에멜릿타씨 집을 함께 방문한 박운자 수녀는 "에멜릿타씨 같은 이들을 꼭 한 번 친정에 보내드리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아 저도 마음만 탈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도움 주실 분 : 농협 1431-01-000297,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천주교인보회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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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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