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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존엄사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천명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는 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락사로 인식되는 존엄사법 제정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존엄사법 제정 반대 운동을 적극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6면
장봉훈 주교는 성명서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존엄사`라는 그럴듯한 명칭은 안락사를 아름답게 포장한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며 "안락사법의 또 다른 이름인 존엄사법 제정을 적극 반대한다"고 말했다.
장 주교는 특히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일부 의료계와 언론이 존엄사로 규정짓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에도 생명이 유지되는 사실에 대해 매우 당황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논의되고 있는 존엄사가 곧 의도적 죽음을 초래하는 안락사였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주교는 또 "존엄사라는 단어는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안락사를 용인하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존엄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주교는 "교회는 삶의 마지막 시기를 맞이한 환자가 스스로 호흡할 수 없게 됐을 때 인공호흡기 부착을 거부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이때 인공호흡기 제거는 죽음을 의도하는 행위로서 존엄사 시행이 아니라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기계적 연명치료 중단, 즉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임을 분명히 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