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순(토마스) 한국평협 회장
▨ 제1장 「민족들의 발전」의 메시지
「민족들의 발전」(1967년)의 가르침을 계승, 발전시킨 새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제1장에서 발전 문제에 대한 바오로 6세의 기본 가르침은 지금도 여전히 현실성 있는 것임을 확인한다.
「민족들의 발전」은 교회 사회교리의 지평을 전 세계 차원으로 확대한 획기적 문헌이다. 바오로 6세는 이 문헌을 중심으로 전인적(全人的) 발전관을 확립했다. 즉, 인간의 진정한 발전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비롯해 인간 생활의 모든 면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것은 개인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발전은 무엇보다 인간의 소명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인간적 발전은 절대자를 향한 초월적 차원을 지닌다. 발전은 개인과 민족들의 책임 있는 자유를 전제로 하며, 여기서 인간은 발전의 주체가 된다. 반면에 초월적 차원을 부정하면 인간은 한낱 발전의 수단으로 전락해 "결국 비인간화한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11항).
발전은 진리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즉, 발전을 통해 더 많이 소유하게 되면 그것을 통해 초월적 차원에서 더 나은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소명인 발전은 사랑이 그 중심이 된다. 저개발의 원인은 주로 물질적 차원의 것이 아니다. 첫째, 그것은 연대성을 무시하는 의지 때문이며, 둘째, 의지를 올바로 이끄는 사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고의 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간의 형제애 부족이다"(19항).
「민족들의 발전」은 개혁의 긴박성을 강조한다. 그것은 "「민족들의 발전」에서의 중대한 불의의 문제들에 직면해, 지체 없이 용감하게 행동할 것을 요청다"(20항).
▨제2장 우리 시대의 인간적 발전
새 회칙은 여기서 「민족들의 발전」 이후 전개된 사회경제 상황을 완전한 인간적 발전을 기준으로 분석, 평가한다.
교황은 우선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동력인 이윤이 공동선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무시한 채 배타적 목표로 추구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그 동안 채택돼온 발전 모델의 문제점들을 비판한다. "세계의 부는 절대 기준으로 증대하고 있지만 불평등도 증가하고 있다"(22항). 세계 경제는 부패와 불법, 경제와 기술 성장 위주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한편 투기적 금융거래, 대규모 이주 노동, 무분별한 자원 개발 등과 같이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는 파행 현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위기가 극명히 보여준다.
오늘날 세계화는 국가 간에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경쟁을 강화시켰고, 이에 따라 사회적 안전망이 축소되고 노동자들의 권리와 인간의 기본권과 전통적 형태의 사회보장이 중대한 위험에 놓이게 됐다.
세계화는 노동자의 국제적 이동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안정적 생활이 어려워지며 인간으로서의 품위가 손상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오늘날 실업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소외를 야기시키며, 현재의 위기는 그것을 악화시킬 따름이다." 교황은 여기서 "보호하고 가치를 높여야 할 첫째가는 자본은 바로 인간이다"(25항)라고 역설한다.
식량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도국들의 합리적 농업개혁이 필요하며, "식량과 물 사용을 모든 인간의 보편 권리로 여기는 연대 의식이 성숙돼야 한다"(27항).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사회회칙으로는 처음으로 생명권과 종교 자유권을 인간적 발전과 본격적으로 연결시킨다. "생명 존중은 참된 발전의 핵심이다. 한 사회가 생명을 거부하거나 억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그 사회는 인간의 참된 유익을 위해 노력하는 데 필요한 동기와 활력을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고 만다"(28항).
종교적 광신주의는 테러리즘을 부추겨 평화를 위협하고 종교 자유의 권리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그리고 종교 무관심이나 실천적 무신론은 인간에게 정신적 자원을 박탈함으로써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는다.
오늘날 「민족들의 발전」의 새로운 현실은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한다. 이에 교황은 문화적 쇄신과 근본적 가치의 재발견을 통해 "새로운 인본주의적 종합"을 이루며, 이를 토대로 새로운 규칙을 정하고 새로운 방도를 찾아 더욱 나은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게 할 때 "위기는 식별과 새로운 계획의 기회가 된다"(21항).
여기서 유념할 것은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를 억제하고, 모든 사람의 고용안정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존엄성과 정의뿐만 아니라 `경제의 논리`도 요구하는 것이다. 국내 사회집단 간에 있어서나 국가 간에 있어서나 불평등의 체계적 증가는 "사회 응집력을 침식하게 되며, 그리하여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을 점차 침식함으로써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3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