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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형제애, 경제 발전과 시민 단체
이 장은 새 회칙의 중심 사상을 집약해 설명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즉, 무엇을 `받는 것이 하는 것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지혜로 회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진리와 사랑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며,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인간은 이 선물을 받도록 돼 있으며, 이 선물은 인간의 초월적 차원을 나타내고 실현한다. 그러나 소비주의와 공리주의 인생관에 물든 현대인은 대가 없이 주어진 이 선물의 무상성(無償性)을 알아보지 못하고, 마치 자기가 자신과 자기 삶과 사회의 유일한 주재자라는 그릇된 확신을 갖고 있다. 이는 원죄의 결과이다.
이것은 경제 분야에서도 드러나 경제는 자율적이어야 하며, 어떠한 도덕적 영향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확신으로 이어져 인간으로 하여금 경제 수단을 남용하도록 한다.
그런데 우리 힘만으로는 완전히 형제적인 공동체를 건설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랑이신 하느님 말씀에 의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선물의 논리는 정의를 배제하지 않으며… 경제와 사회와 정치의 발전이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이 되려면 형제애의 표현인 무상성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34항).
이러한 맥락에서 새 회칙은 자본주의 체제의 토대인 시장에 대해 언급한다. 시장은 교환 정의의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그러나 바로 시장경제 그 자체를 위해 분배 정의와 사회 정의가 중요하다. "만일 시장이 재화의 등가교환의 원리에만 맡겨진다면, 그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사회적 응집을 이뤄내지 못한다. 내적 형태의 연대성과 상호신뢰가 없다면, 시장은 고유의 경제적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다. 그리고 오늘날 바로 이 신뢰가 결핍돼 있으며, 신뢰 상실은 중대한 상실이다"(35항).
"경제 활동은 상업적 논리의 적용만으로는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은 공동선을 추구하도록 지도돼야 한다… 경제 영역은 윤리적으로 중립적이지도 않고 본질적으로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인간 활동의 일부이며, 인간적인 것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윤리적으로 조직되고 제도화돼야 한다"(36항).
"우리 앞에 놓인 중대한 도전은… 생각과 행동으로 투명성, 정직과 책임 같은 전통적 사회 윤리의 원리들이 무시되거나 약화될 수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상업 관계에서 형제애의 표현인 무상성의 원리와 선물의 논리가 정상적 경제 활동 안에 자리 잡을 수 있고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도 보여 주는 것이다"(36항).
그러므로 "시장에는 경제 가치의 생산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자발적으로 극대 이윤의 원리와는 다른 원리에 따라 행동하기를 원하는 주체들이 벌이는 경제 활동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야 한다. 수도회와 평신도들이 시작한 사업에서 출발한 많은 경제단체들이 이러한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37항).
교황은 여기서 회칙 「백주년」을 인용하면서 시장과 국가와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한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민단체는 무상성과 형제애의 경제에 가장 적합하다. 세계화 시대의 경제 활동은 무상성과 따로 떼놓을 수 없다. 그러므로 상부상조적이며 사회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생산 조직이 민간 기업, 공공 기업과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시장에서 만남으로써 일종의 혼합형 기업 행태가 출현하고, 경제의 교화(敎化)에 대한 의식 계발이 가능하게 된다.
「진리 안의 사랑」은 이윤을 거부하지 않으면서 등가교환의 논리와 이윤 논리를 초월하는 그러한 경제 활동을 조직화할 것을 요구한다. 저개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 거래를 개선하고 공공 복지 제도를 도입할 뿐만 아니라 세계 차원에서 무상성과 친교에 일정 부분을 할당하는 그러한 형태의 경제 활동을 확립해야 한다.
국제 경제의 현재 상황은 기업관의 철저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 기업은 소유주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초경제적 의미를 갖는다. 기업가 정신은 직업적 의미 이전에 인간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국가와 세계의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경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이처럼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합된 경제는 국가의 역할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들 간의 더욱 강력한 상호 협력을 필요로 한다. "지역과 국가와 세계 차원에서 정치 권위가 제 구실을 하도록 하는 것은 경제적 세계화의 방향을 잡아 주는 훌륭한 방법의 하나이다"(41항).
제3장은 마지막으로 세계화 현상을 평가한다. 세계화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것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세계화는 사회 경제적 과정만이 아니며, 다양한 문화적 풍조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세계 통합 과정의 인격존중주의적이고 공동체적이면서 초월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적 풍조를 촉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4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