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순 한국평협 회장
▨제4장 민족들의 발전, 권리와 의무, 환경
새 회칙은 전 인류의 연대성은 하나의 의무임을 강조하고 권리가 방종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의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장을 시작한다.
오늘날 심각한 모순은 부유한 국가들에서 여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동안 개도국들에서는 무수한 사람들의 식량, 식수, 기초교육, 기초보건과 같은 기본권이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 둘은 서로 연결된다. 과도한 권리 주장은 의무에 대한 망각에 이르게 된다. 정부들과 국제기구들은 권리의 객관성과 불가침성을 망각하면 안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은 인구 성장 문제를 발전의 권리와 의무와 관련지어 다룬다. "그것은 참된 발전의 매우 중요한 측면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명과 가정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인구 성장을 저개발의 주된 원인으로 여기는 것은 경제적 견지에서도 잘못된 것이다"(44항).
책임성 있는 출산은 완전한 인간 발전에 이바지한다. 도덕적으로 책임성 있게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풍요로운 사회적ㆍ경제적 자원이다. 한 사회가 현재의 인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구대체율(2.1명)에도 못 미치는 출산율 하락은 선진국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사회보장 부담을 가중시키고 유능한 인적자원을 감소시킨다. 소규모 가정은 사회관계를 빈약하게 하고, 효과적 형태의 연대성을 보장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가정의 중심성과 통합성을 촉진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44항).
한편 인간의 도덕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경제적인 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가 올바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적 윤리가 필요하다"(45항). `윤리 금융`, 곧 마이크로크레딧이나 마이크로파이낸스와 같은 저소득층 소액창업대출은 적극 지원할만한 것이다.
교황은 또한 근년에 와서 이윤중심적 기업과 비영리 단체 사이의 중간 영역에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한다. 이것은 이른바 `시민 경제` 또는 `친교의 경제`라고 불리는 것으로 "이윤을 배제하지 않고 그것을 인간적ㆍ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46항).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적절한 법적ㆍ재정적 구조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도국의 개발 프로그램은 보조성의 원리를 토대로 인간 중심성의 원리를 지켜야 하며, 그것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에 수혜자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 교황은 여기서 국제협력기구들은 자체의 관료적ㆍ행정적 구조의 효율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국제기구들과 비정부기구들은 철저하게 투명성을 지키도록 노력하며 공여자들과 대중에게 자신의 수입 중 협력 프로그램들에 배분되는 비율, 프로그램들의 내용, 그리고 끝으로 기관 자체의 지출 명세를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47항).
제4장은 나머지 부분을 환경 문제에 할애한다. 이 문제는 요한 바오로 2세도 회칙 「사회적 관심」에서 다뤘지만 새 회칙은 여기서 그것을 인간 생태계 문제와 연결지어 보다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점이다.
"발전이라는 주제는 오늘날 인간의 자연 환경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의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환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주신 선물이며 그것을 사용할 때 우리는 가난한 이들, 미래 세대들, 전 인류에 대한 의무가 있다"(48항).
환경 보전 문제는 에너지 문제와 긴밀히 연결된다. "국제 공동체는 재생불능 자원의 개발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가난한 나라들도 참여한 가운데 모색해 미래를 함께 계획해야 할 긴박한 의무가 있다"(49항). 이 분야에서도 개도국과 선진국 간에 연대성을 새로이 할 도덕적 필요성이 절박하다. 선진국은 생산 방법의 개선이나 생태적 시민 의식의 고양을 통해 국내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켜야 한다. 이것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대체 에너지 개발 연구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교황은 여기서 전 세계 에너지 자원의 재분배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류가 환경을 다루는 방식은 인류가 자신을 다루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51항). 이는 쾌락주의와 소비주의에 기울어져 있는 현대 사회에 새로운 생활 방식을 택하도록 권한다. 교황은 여기서 자연 생태계 문제를 인간 생태계 문제와 직결시킨다. 자연 파괴는 인간의 공존을 이룩하는 문화와 밀접히 연관된다. 인간 생태계가 존중되면 자연 생태계도 혜택을 본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유인이나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결정적 문제는 사회의 전반적 도덕 풍토이다. "생명과 자연사에 대한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수태와 임신과 출산을 인위적으로 하게 한다면, 인간 배아 연구 목적으로 희생시킨다면, 사회의 양심은 인간 생태계에 대한 생각을 잃어 버리고 이와 더불어 자연 생태계에 대한 생각도 잃어 버리고 만다"(5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