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순 한국평협 회장
▨제5장 인류 가족의 협력
인류 가족의 협력은 제5장의 제목이자 핵심 주제이다. 교황은 여기서 어떻게 "민족들의 발전이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한 가족임을 인식하는 데 달려 있는지"(53항)를 강조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와 그 밖의 종교들은 하느님이 공적 영역에서도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56항). 신자들은 선의를 지닌 모든 사람들과 협력해 이 세상이 하느님 계획에 부합하도록 할, 곧 한 가족으로 살아가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협력의 지침이 바로 보조성의 원리이다. "보조성의 원리는 세계화를 관리해 참된 인간적 발전을 지향하도록 이끄는 데 매우 알맞은 원리이다"(57항). "보조성의 원리는 연대성의 원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야 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58항). 이러한 일반 원리는 국제개발 원조에도 적용돼야 한다. 경제 원조는 수혜국 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주체들과 지역교회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구성원들의 참여 하에 분배돼야 한다. 원조 프로그램은 민초들을 중심으로 더욱 참여적이고 통합적인 것이 돼야 한다.
"개발 협력은 단지 경제적 차원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적이며 인간적 만남의 중요한 기회가 돼야 한다"(59항). 모든 문화에는 윤리적으로 수렴하는 것들이 있으며, 그것은 같은 인간성이 표현된 것이다. "인간의 마음에 새겨진 법칙을 따르는 것은 모든 건설적 사회 협력의 선행 조건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문화들에 육화함과 아울러 그 문화들을 초월함으로써 그 문화들이 세계적이고 공동체적 발전을 위해 보편적 형제애와 연대성 안에서 성장하도록 도와준다"(59항).
교황은 여기서 선진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에서 가능한 한 큰 몫을 개발 원조에 할당해 국제공동체가 정한 의무(GDP의 0.7)를 지킬 것을 권고한다. 현재 이 기준을 지키는 나라는 스웨덴(0.98)을 비롯해 5개 나라밖에 없다. 개발 원조의 한 방법인 `재정 연대성`은 시민들이 세금의 일정 부분을 배정하도록 하는 것으로, 아래로부터의 복지 연대성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제 차원에서 연대성을 더욱 광범위하게 실천함으로써 교육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은 국제 협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교육은 특히 전인 교육을 말한다. 교황은 이와 관련해 인간 정체성을 상대주의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류의 상대주의를 따르면, 모든 사람이 더욱 가난하게 된다.
그 좋은 예가 이른바 섹스 관광이다. "이러한 일이 지역 정부들의 지원과 관광객들의 소속 국가 정부들의 침묵과 수많은 관광업자들의 공모 아래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서글픈 일이다. 이보다 덜한 경우에도 국제 관광은 종종 소비주의와 쾌락주의적 방식으로 흘러가… 사람들과 문화들 간의 진정한 만남에 이바지하지 못한다"(61항).
새 회칙은 이어서 이주 문제를 다룬다. "이주민은 누구나 하나의 인간이며, 그 자체로서 지니고 있는 신성한 기본권들은 모든 이에게,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든 존중돼야 한다"(62항). 이주민 문제는 과감하고 미래지향적 국제 협력 정책을 통해 다뤄야 한다.
발전 문제를 생각할 때 실업과 빈곤의 관계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경우, 빈곤은 인간 노동의 존엄성이 침해당한 결과이다"(63항). 교황은 여기서 요한 바오로 2세를 인용하면서, "품위 있는 노동을 위한 글로벌 연대"에 지지를 보낸다.
세계화 시대의 노동조합은 시야를 넓혀 노동계에 새로 등장하는 문제를 다뤄야 한다. "특히 국가 단위의 노동자 조합은 자기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머물지 말고 비조합원들, 특히 사회적 권리가 종종 침해당하는 개도국들의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64항).
새 회칙은 이어서 전체 금융 체제가 참다운 발전을 지속시키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인들은 자신들 활동의 진정한 윤리 기반을 재발견해야 한다… 올바른 지향과 투명성과 유익한 성과 추구는 서로 양립할 수 있으며 서로 떼어놓으면 안 된다"(65항). 교황은 여기서 투자자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금융 부문의 규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실험, 특히 마이크로파이낸스의 경험을 적극 권장한다.
한편 "세계의 상호 연결성은 새로운 정치 권력, 곧 소비자들과 그들 단체들의 정치 권력을 등장시켰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고유의 사회적 책임이 있으며, 그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구매 행위 고유의 경제적 합리성을 축소시키지 않으면서 도덕적 원리들을 존중하는 그러한 역할을 매일 해나가도록 교육을 받아야 한다"(66항).
마지막으로 이 장은 "세계의 상호 의존성이 걷잡을 수 없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국가들이 가족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UN과 국제 경제 및 금융 기구의 개혁이 시급히 필요하다"(67항)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