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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에 허덕이는 해외 어린이 위해 매월 둘째 주 토요일, 벼룩시장 열어

▲ `조셉의 커피나무` 주인 강기봉씨(오른쪽)가 `기아돕기 벼룩시장`에서 커피를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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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언덕에 위치한 커피숍 `조셉의 커피나무` 주차장에서 특별한 벼룩시장이 열렸다.
헌옷가지와 잘 쓰지 않는 액세서리, 구두, 가방 등 헌 물건이나 새것이지만 본인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팔아 살림에 보태고, 수익금 일부로 굶주리는 해외 어린이들을 돕는 뜻 깊은 행사, `기아 돕기 벼룩시장`이 그것이다.
`조셉의 커피나무` 주인 강기봉(요셉, 53, 서울 돈암동본당)씨는 지난 3월부터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전 두 시간 동안 자신의 커피숍에서 `기아 돕기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7~8월 두 달을 빼고 이번이 다섯 번째다.
강씨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공식 해외원조단체인 한국 카리타스(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를 1995년부터 후원하고 있는 열렬 후원자로 지난 2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방글라데시를 방문, 가난한 이웃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굶주림에 고통 받는 해외 어린이를 돕고자 벼룩시장을 열기 시작했다.
강씨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에 대한 나눔과 사랑의 실천을 더욱 확산시키고, `여유가 없어 나눔을 실천하지 못한다`는 이들도 작은 정성이나마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자 벼룩시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강씨 아내 김향신(마리아)씨는 "남편과 함께 네팔 여행을 다녀온 뒤 한 달 만에 현지의 복지시설에 보낼 몇 톤 분량의 헌옷을 모았던 경험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 벼룩시장이 열리기 한두 시간 전부터 물건을 팔기 위해 나온 이들이 좌판을 벌이느라 북적였다. 겨울외투, 아동복 등 옷가지를 비롯해 귀고리, 목걸이 등 장신구와 생필품, 직접 기른 난초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바닥에 펼쳐졌다.
아직까지는 물건을 팔러 나온 이들은 강씨 부부의 지인이나 본당 신자들이 대부분. 강씨는 갓 볶아낸 원두를 직접 갈아서 뽑은 커피를 한 잔에 1000원씩 판매했고, 몇몇 주부들은 순대, 파전 등 먹을거리를 준비해 팔기도 했다.
이날 벼룩시장에 참여한 이들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넘쳤다. 집에서 잘 쓰지 않는 물건을 팔아 부수입을 올리고, 몇 천원으로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것은 물론 해외 기아 돕기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판매한 이들은 약속대로 수익금의 절반을 해외원조 후원금으로 내놨고, 구경만 하거나 물건을 구입하던 이들도 지갑을 열어 기아 돕기에 정성을 보탰다.
강씨는 이날 벼룩시장 수익금과 모금액 등 120여만 원을 한국 카리타스에 전달했다.
커피숍을 시작할 때부터 매일 첫 테이블 매상을 하느님 몫으로 봉헌하고 있는 강씨는 "이 만큼 먹고 사는 것도 하느님 은총 덕분"이라며 매월 한국 카리타스에 30~40만 원을 후원하고 있다.
서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