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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의 한 학교 교실에 걸려 있는 십자고상. 바티칸은 공립학교에서 십자고상을 치우라는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개탄했다. [로마=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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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시티=CNS】 유럽인권재판소가 이탈리아 공립학교 교실에 걸려 있는 십자고상이 종교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규정하자 교황청과 이탈리아 교회가 "놀랍고도 슬픈 일" "편파적이고 이데올로기적 시각"이라며 개탄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3일 이탈리아 공립학교에 걸려 있는 십자고상에 대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녀를 교육할 부모 권리에 대한 침해이자 학생의 종교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지난 2002년 핀란드 태생의 이탈리아 여인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십자고상을 없애줄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판결 직후 교황청 공보실장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십자고상은 하느님 사랑의 표시이자 온 인류를 향한 일치와 환대의 표시"라면서 "이런 십자고상이 분열과 배격 또는 제약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은 슬픈 일로, 이는 사실이 아니며 우리 국민의 공통된 정서도 아니다"고 개탄했다.
롬바르디 신부는 또 "유럽의 한 재판소가 이탈리아 국민의 역사적 문화적 영적 정체성에 깊이 결부돼 있는 문제에 그토록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마리아스텔라 젤미니 이탈리아 공립교육부장관은 십자고상이 "가톨릭교회에 대한 추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 밝혔다.
이번 판결은 유럽재판소가 이탈리아 역사와 문화에서 중요한 종교적 가치들을 지닌 기본 상징을 교육기관에서 제거하려 한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하다고 롬바르디 신부는 지적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십자고상은 신앙을 상징할 뿐 아니라 이탈리아 문화에 끼친 중대한 영향들 가운데 하나를 상징한다며 법원이 이를 무시하고 십자고상을 "편파적이고 이데올로기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교들은 또 이번 판결이 이탈리아 정부가 1984년에 바티칸과의 협정을 공식 승인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협정은 "가톨릭 신앙의 원칙들을 이탈리아 국민이 물려받은 역사적 유산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