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가명) 할머니. 구부정 한 허리를 끌고 종이박스와 고철을 주워 팔아 살아간다. 관리비를 못내 전기며 수도가 끊기는 일도 많다. 정부로부터 장애 연금으로 받는 월 8만 원이 그나마 버팀줄. 이웃들의 도움도 기대하기 힘들다. 다들 먹고 살기 버거운 겨울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할머니가 장애 연금의 절반 4만 원을 뚝 떼어 봉헌했다. 20kg 쌀 한 포대를 살 수 있는, 할머니에게는 너무나 크고 소중한 돈이다. 할머니의 쌀 한 포대는 대전 법동성당 1층에 놓였다.
대전 법동본당(주임 황용연 신부)은 한 달 전부터 ‘성탄 맞이 사랑의 쌀 나눔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그 의미가 남다르다. 신자 3700여 명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1100명, 차상위 계층이 800명이다. 신자 절반 이상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때문에 황용연 주임신부가 처음 쌀 나눔을 제안했을 때 신자들의 반응은 ‘먹고 살기 힘든 데 뭘 나누느냐’였다. 냉랭했다. 그래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풀자며 사제들이 먼저 단식해 쌀을 모았다. 그러자 어떤 한 구역에서는 단식을 해 쌀값을 봉헌했고, 전례부는 회식비를 냈다. 한 포대 4만 원이라는 이야기에 없는 살림에도 1만 원, 2만 원을 보태는 마리아 할머니 같은 신자도 있다. 본당 주임 황용연 신부와 보좌 변창수 신부도 단식을 통해 50포대 값을 마련했다. 그렇게 십시일반 정성이 모여 성탄을 일주일 앞둔 12월 17일에는 성당 1층에 쌀 300포대가 쌓여 있다. 이준용(콜베) 가족 등 캐나다 캘거리 한인본당 신자들이 약속한 쌀 100포대 비용을 보내면 나눔 잔치 목표 400포대는 초과달성한 셈. 지난 부활 쌀 나눔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400포대의 쌀은 12월 23일과 24일 지역의 가장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진다. 관리비를 내지 못해 몇 달째 물도 불도 없이 살아가는 주민에게 우선적으로 쌀을 나눠 줄 계획이다.
지난 부활에도 150포대의 쌀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했다. 쌀을 받은 이웃들이 함박웃음을 짓는 것을 보며 신자들은 나눔의 기쁨을 체험했다. 도움을 받은 주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저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성당 교우들과 함께 하겠다’는 감사편지도 보내왔다.
황용연 신부는 “사실 많은 신자들이 도움을 주기보다는 받아야할 처지이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고통을 함께하며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쌀 나눔을 시작했다”며 “마리아 할머니처럼 몸은 가난해도 마음은 부자인 이 시대 산타들의 모습을 감사히 여기며 어려운 이웃들이 올 성탄을 조금이나마 훈훈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어라.’
수북이 쌓인 300여 쌀 포대 위로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성경구절이 더욱 돋보인다. 오늘,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예수님께서 오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