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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12월 7일 개막돼 18일까지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 총회를 앞둔 6일 바티칸에서 삼종기도 연설을 통해 환경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는 개발과 경제 활동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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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일 제43차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 주제는 `피조물에 대한 존중`이다.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라는 담화 주제는 창조에 따른 피조물 보호가 인류 평화의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번 담화에서 특히 선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0년에 발표한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상기시키고, 201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그 담화에 기반을 두고 계승 발전시켰음을 곳곳에서 시사하고 있다.
20년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주제는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였다. 20세기 후반 인류가 맞고 있던 생태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진단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 나아가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교회 책무를 제시하며, 환경 보전에 대한 신앙인의 투신을 격려한 첫 담화였다.
이 담화는 이후 20년간 교회공동체가 `회심을 통한 지속가능한 삶`과 `자연보전 활동`에 투신하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했으며, 생태 위기시대에 교회의 성찰 준거로 기능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당시 생태 위기의 원인을 과학기술의 무차별적 적용과 생명 존중의 결여에서 찾았고, 그 안에는 도덕적 위기가 깔려 있다고 진단하며 `새로운 연대`를 제안했다.
그래서 베네딕토 16세도 경제 위기나 식량 위기, 환경 위기, 사회적 위기 등 모든 위기의 원인을 도덕의 위기에서 찾고, 특별히 생태 위기의 징후로 기후 변화와 사막화, 농촌 황폐화 및 생산량 감소, 하천 및 지하수 오염, 생물 다양성 상실, 자연재해 증가, 적도와 열대 우림 지역 남벌 등을 꼽고 있다.
이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베네딕토 16세는 `연대와 절제의 생활 방식`을 촉구한다. 그래야만 현재 위기를 식별할 수 있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는 피조물, 즉 창조 재화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는 `연대`를 구체화한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새로운 연대`라는 개념을 제시했다면, 베네딕토 16세는 이 연대 개념을 확장해 `미래 세대에 대한 현 세대의 연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연대`를 강조한다. 더 나아가 국제공조를 통해 지구 자원을 관리하며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모으는 `세계적 연대`를 실현할 것을 국제사회에 주문한다.
그러면서도 베네딕토 16세는 "환경 황폐화가 가시화됐기에 생태문제를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며 사랑과 정의, 공동선 가치로 고취되는 세계적 연대의 추구여야 함을 분명히 드러낸다.
아울러 베네딕토 16세는 개인의 전체적 발전 노력과 인류 전체의 공동 발전 노력을 결부시키며 우리 삶의 방식과 현재의 생산 및 소비 방식을 반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과 시각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개인과 인류 전체의 생태적 연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요한 바오로 2세도 이미 "현대 사회는 그 생활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는 한 결코 생태학적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1990년 담화에서 강조한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달리 이 담화에서 특별히 `피조물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생태적 삶을 사는 교회공동체를 지향한다. 생태적 책임 의식 증진에 대한 노력을 격려하며, 동시에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과 인간 존엄, 이웃 사랑, 자연 존중을 배우는 가정의 고유한 사명을 재확인한 것이다.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담화는 한마디로 `피조물에 대한 인류의 소명`을 일깨운다.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의무"이고 "환경 보호는 우리가 새롭고 조화로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절박한 과제"라는 것이다. 교도권은 더불어 생태 중심주의나 생물 중심주의적 환경 개념에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피조물을 책임지는 청지기이자 관리자로서 하느님께서 맡긴 역할에 충실하며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평화 건설에 매진할 것을 전 인류에게 호소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