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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엄마.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요!" 최필권씨 가족이 가족 화해예식 마침 노래로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고 힘차게 화해의 포옹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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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성당 일,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영은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서 많이 미안하고 속상해. 영은이가 잘못했을 때 큰 소리 치고 화낸 것도 미안해. 용서해줘. 사랑해."
2009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저녁, 최필권(클레멘스, 수원교구 조원솔대본당)씨 집 거실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았다. 최씨가 딸 영은(프란치스카, 초5)양에게 미안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용서를 구하자 영은이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조원솔대본당(주임 한연흠 신부)이 신자들에게 가정에서 실천하기를 권고한 `연말 가족 화해예식`은 이렇게 가족 간 끈끈한 정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줬다.
한연흠 주임신부는 신자들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한 해 동안 알게 모르게 주고받았던 상처,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는 `화해의 시간`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본당 소식지 「겨자씨」에 상세한 예식 절차를 안내해 신자들 이해를 도왔다.
이날 화해예식을 준비한 최씨 가정을 찾았다. 탁자 위에 촛불을 밝혀두고 네 식구가 둘러앉았다. 예식은 아버지 최씨의 기도로 시작했다.
"그동안 주님 사랑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잘못과 서로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지난날을 뉘우치며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저희 가족이 주님 안에서 더욱 일치하고 사랑하는 성가정이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최씨의 기도 후 가족이 함께 `사랑의 송가`를 부르고 반성과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최씨는 아들 현규(안토니오, 중1)군에게 작은 잘못에도 심하게 질책하고 야단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했고, 아내 양명랑(크리스티나)씨는 딸 영은이와 남편에게 심하게 잔소리를 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현규군은 집에 들어오면 컴퓨터 게임만 하고 대화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용서를 청하며 "앞으로 아빠, 엄마에게 실망스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동생 영은이에게도 "멋진 오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영은양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늘 갖고 있으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최씨 가족은 서로에게 미안했던 일을 적은 종이를 함께 태우며 사과와 용서를 마무리한 뒤 다 함께 손을 맞잡고 서로를 위해 은총이 듬뿍 담긴 청원기도를 바쳤다.
아내 양씨는 "화해예식 때 남편과 아이들에게 사과한 행동들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현규군은 "무척 뜻 깊은 시간이었다"며 "다른 가족들도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가족 간에 대화가 많았는데 아이들이 커 가면서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아쉬움이 컸다"며 "앞으로 이런 자리를 종종 마련해 가족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만족을 나타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