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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위한 봉사의 삶 준비
"저는 올해 일곱 살입니다. 다시 태어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려요."
최희조(요셉, 67, 서울 명동본당, 중부대학교 초빙) 교수는 올해 7살이 됐다며, 자신의 실제 나이에서 환갑을 훌쩍 걷어냈다.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묻자 그는 "세례를 받은 지 올해가 만 7년째"라면서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났으니 이제 일곱 살배기 아이"라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1970년 동아일보에 입사, 경찰서 출입기자와 경제부장을 거쳐 문화일보 편집국장, 상무이사 등을 지내며 경제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던 그는 2003년 은퇴 직후 명동성당에서 늦깎이 세례를 받았다. 인생 황혼기에 신앙을 알게 된 그는 "이제야 참된 삶을 살게 됐다"며 기뻐했다.
"2003년 새해 첫 주일 아내(나명수 소피아, 58)를 따라 집 근처 세검정성당에 나섰는데, 그날따라 주차할 곳이 하나도 없었어요. 차를 돌려 명동성당으로 갔는데 사무실 앞 게시판에서 `예비신자 모집` 안내문을 보는 순간 뭔가에 홀린 듯(?)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했지요."
교리공부를 하면서 평생 처음 성경필사를 통해 예수님 생애를 알게 됐다는 그는 예수님 공생활처럼 뒤늦게 신앙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세례를 받고 나서야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의 소중함도 깨달아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고 고백했다.
아내와 함께 열심인 신앙인으로 거듭나면서 교회활동과 봉사에 관심을 두게 된 그는 지난해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담당 이성원 신부)가 만든 젊은 노인을 위한 교육과정인 `가톨릭 영 시니어 아카데미(이하 가시아)`를 졸업했다. 노인을 위한 봉사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5년 노령화지수 24.46를 기록, 세계 평균치인 19.1를 초과하는 노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2050년이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노인이 많은 나라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만큼 우리 노인문제는 심각하다. 한국교회는 노인이 주체가 돼 보람된 삶을 살도록 서울 가톨릭 시니어 아카데미와 같은 다양한 사목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요즘에도 현직 언론인 못지않은 바쁜 삶을 산다.
2004년부터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고, 은퇴 언론인 모임인 `대한언론인회`에서 회보 「대한언론」 편집위원으로서 여전히 취재현장을 누빈다. 최근에는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으로 유명한 김성환(78) 화백을 인터뷰했다. 또 한 기업의 사외이사로서 회사 경영에 필요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그는 지금은 가시아에서 배운 사진기술로 원로 언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우리나라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 안에서 봉사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언론인으로서의 경험과 사진기술 등을 신앙 안에서 선보여 노인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언론인으로 살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무엇인가를 평생 고민해왔습니다. 결론은 `신앙`이었어요. 이제는 하느님 곁에서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도구로 쓰시겠지요."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