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성야 미사가 끝난 4월 3일 밤, 음식 나눔이 한창인 대구대교구 도원본당 강당에 주임 이정효 신부가 들어섰다. 근엄하게만 보이는 사제복을 벗고, 까까머리 고등학생을 연상시키는 80년대 교복에 모자까지 갖춰 쓴 모습이었다. 교복을 입은 사제는 드럼 스틱을 잡았다. 마찬가지로 교복을 차려 입은 나머지 멤버 10명이 무대에 오른 뒤, 도원본당 중장년층 밴드 ‘기절초풍’이 연주를 시작했다. 평소와 다른 주임 신부와 교우들의 모습에 신자들은 환호했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부활 축제의 ‘기쁨’을 나눴다.
매년 부활에 공연을 펼쳐 벌써 3번째인 공연이지만, 올해 공연이 특히 뜻 깊었던 것은 사순 시기 동안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 온 신자들을 위해 마련됐기 때문.
40일 동안 신자들은 ‘매일 묵주기도 5단·아침저녁기도·성경 한 구절 필사·평일미사 참례·매주 반모임 등 모임에 참여·매 끼니마다 식구수만큼 쌀모으기’ 등 여섯 가지 실천 사항을 지켜내야 했다. 이를 지키지 못한 신자들은 40일간 타인을 위해 희생·봉사한 내용을 적어 빨간 봉투에 담아 봉헌했다.
주임 이정효 신부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강의를 듣고 기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신자 개개인이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면서 “욕구를 참아내고 진정한 사순의 의미를 느껴본 신자들에게 부활의 기쁨을 느끼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