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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여고 44회 졸업생들로 구성된 가톨릭 독서회가 스무 돌을 맞았다.
서울 명동 바오로딸 서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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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째 주 화요일이 되면 책을 들고 서울 명동 바오로딸 서원에 모여드는 할머니들이 있다.
서울 시내를 비롯해 분당, 평촌, 일산 등지에서 모여드는 이들은 경기여고 44회(1956년 졸업) 졸업생인 가톨릭 독서회(회장 김을영) 회원들. 매달 책을 읽고 토론하는 가톨릭 독서회가 올해로 스무 돌을 맞았다.
고교시절 추억을 공유한 이들은 50대 초 모임을 시작해 73~74살이 됐다. 지금까지 읽은 책은 232권에 이른다.
"우리 나이에 책 읽기 힘들어요. 그런데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기쁘죠."
"십대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친구가 좋고 책이 좋으니 안 올 수 없죠."
여기 저기서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4일, 5월 정례모임에 함께한 이들은 바오로딸 서원 4층 미디어교육방에서 안셀름 그륀 신부의 「황혼의 미학」에 대해 토론했다. 다들 혼자 보기 아까운 책이라며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이들이 20년 동안 독서모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한 수녀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자(마리아,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가 책으로 떠나는 이들 영적 여정에 동행하고 있다.
김 수녀는 매달 영양가 있고 맛있는 책을 선정해준다. 교회 신간을 중심으로, 전례력과 계절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른다.
신앙생활의 길잡이가 되는 건 물론 삶의 무게만큼 쌓인 연륜이 책 속 지혜를 더 깊게 빨아들인다.
회원은 모두 26명으로 의사, 약사, 교수 등 대부분 전문직 출신 여성들이다.
이중 5명은 개신교 신자다. 회원 중 2명은 이 모임을 통해 가톨릭 신자가 됐다. 또 3명이 소설가와 수필가로 등단한 것은 또다른 성과다.
초대회장 구자숙(데레사)씨는 "노년기에 갖춰야 할 교양과 인성을 책으로 얻는다"며 "모임은 노년기의 큰 활력소"라고 전했다.
김을영(젬마) 회장은 "이 모임은 신앙으로 모였기에 다른 모임과 달리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이 없다"며 책으로 황혼의 미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