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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의 발단이 된 세상의 빛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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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종합】 최근 전 세계 언론들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콘돔 사용을 인정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부 언론들은 가톨릭교회가 마침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콘돔에 대한 기존입장을 수정한 것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발단은 독일 가톨릭 전문기자가 교황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출판한 책 「세상의 빛」이다. 이 책에는 교황이 기자와 인터뷰 중에 "에이즈 확산을 막는 것과 같은 특정한 경우에 콘돔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이 담겨있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가톨릭교회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라며 "교황이 콘돔 사용을 인정했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출산을 막는 인위적 피임에 반대하며 콘돔 사용을 반대해왔다. 특히 에이즈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에이즈 확산 방지 수단으로 콘돔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데 반해 가톨릭교회는 콘돔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교황이 직접적으로 "콘돔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해 언론들이 흥분한 것. 그러나 책에 실린 인터뷰 문맥을 살펴보면 교황이 콘돔 사용을 인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
교황이 콘돔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특정한 경우`는 에이즈에 감염된 남자 매춘부가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다. 교황은 "남자 매춘부의 콘돔 사용은 도덕적 책임감을 나타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교황은 이어 "에이즈라는 악에 대처하는 데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며 가톨릭교회 입장을 재확인했다.
언론들이 일부 발언만 부각해 가톨릭교회가 콘돔 사용을 받아들인 것처럼 확대해석한 것이다.
교황청은 파장이 커지자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콘돔 사용을 반대하는 가톨릭교회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성명을 통해 "교황이 말한 `특정한 경우`는 이미 가톨릭교회가 논의했던 `예외적 경우`에 해당한다"며 "가톨릭교회는 다른 사람의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콘돔 사용을 인정해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