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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200여 년 역사와 신앙 선조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 관리하려면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관리 지침」을 활용해 목록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위원장 손삼석 주교) 위원들은 11월 26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가톨릭교회 문화유산 보존관리 방안연구`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3개 교구를 답사한 결과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관리 지침」을 활용해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본당과 기관단체가 극히 드물었다"며 "교구와 본당은 보존관리의 기초가 되는 목록화 작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6면
주교회의 문화위원회가 1년 전 발간해 전국에 배포한 이 지침서는 교회 문화유산을 건축ㆍ미술ㆍ유물 등으로 구분해 보존 관리법을 설명하고, 관리카드와 자료대장 예시안 등을 첨부했다.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정수경(가타리나) 교수는 "지침서가 나온 지 1년이 됐지만 교회 미술품을 지침에 따라 정리하고 있는 본당은 그리 많지 않고, 심지어 지침서 발간 사실조차 모르는 본당도 대다수"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정 교수는 교회 미술품의 효율적 기록과 목록화 방안으로 △멸실 위기에 처한 오래된 작품뿐 아니라 최근 작품도 동시에 목록화 △각 교구와 본당 미술품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광주대교구 이호(건축학 박사과정) 신부는 "교회 문화유산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현황조사뿐 아니라 유적의 준공시부터 현재까지의 건축적 데이터 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교구 건축유적 보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원형 보존ㆍ원형 복원ㆍ신축 복원 유형으로 잘 보존되고 있으나 관(官) 중심의 문화재 관리, 복원시 세심한 고증과 자료 부족, 전담 책임부서 미비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원 이영춘 신부는 보존관리 지침에 따라 문화유산 목록화 작업을 진행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신부에 따르면, 전주교구는 사단법인 쌍백합 신앙문화유산위원회를 발족, 문화유산 발굴ㆍ수집ㆍ보존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한국박물관협회 윤태석(요한 보스코) 실장은 "국내 가톨릭 계열 박물관 33개는 종교적 범위를 넘어 일반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교회 박물관을 박물관 진흥법을 통해 등록하면 종교문화에 대한 국민 인식변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국대 건축대학 김정신(스테파노) 교수는 명동성당ㆍ전주 전동성당과 한옥공소 등 국가지정문화재급 건축물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을 제기해 관심을 끌었다.
손삼석 위원장 주교는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각 본당과 수도회 등이 문화유산 보존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구체적인 목록화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