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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9일 서울 가좌동의 한 음식점에서 모인 `그냥 모임` 구성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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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모였다. 모임 이름도 `그냥 모임`이다. 무슨 뜻이냐고 묻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뜻 없이 그냥 모였다"는 대답뿐이다. 별 희한한 모임도 다 있다.
서울대교구 가좌동본당 홍성남 주임신부는 매월 한 차례 지인들을 한데 불러 모은다. 모임 장소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성당 근처 음식점에서 친구 만나듯 편하고 자연스럽게 모인다. 이들은 모여서 세상 이야기와 신앙 이야기 등 모든 것을 나눈다. 안부인사가 오가고 대화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술잔도 따라온다.
출판사 대표부터 정치인ㆍ군인ㆍ시인ㆍ연구원ㆍ부동산 투자자문회사 대표 등 각자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주요 구성원이다. 천주교 신자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서로 얼굴도 모르던 이들이다.
그냥 모임은 처음엔 가재울 뉴타운 문제로 성당이 헐릴 위기를 맞았을 때 홍 신부가 지역 정치인들과 대화 모임을 하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다. 신앙생활에도 열심인 신자 전문가 모임이기에 한국교회 비전을 제시하기도 하고, 사회문제와 각종 현안 등에 대해 뼈있는 한 마디를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하다.
지난 12월 29일 가좌동성당 인근 한 음식점에서 열린 2010년도 마지막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홍 신부가 최근 출간한 「벗어야 산다」에 대한 이야기와 국내외 정치이야기, 문학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했다.
홍 신부는 "그룹상담을 할 때 필요에 따라 내담자들과 고스톱을 치기도 한다. 고스톱을 치면 기쁨과 슬픔 등 인간의 모든 감정이 자연스레 드러나 상담할 때 아주 유용하다"고 말해 참석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 지상사 편집5팀 표광소(마태오) 시인은 "평생을 저주받았다고 생각한 19세기 천재 시인 보들레르는 수많은 여인을 비판했음에도 단 한 명의 여인을 제외했는데, 그분이 바로 성모 마리아"라고 말했다.
처음 모임에 참석한 생태신학자 황종렬(레오) 박사는 "요즘 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또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 모이는 데 반해 그냥 이러한 모임을 한다는 것은 생태적으로 볼 때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냥 모임은 새해에도 열린다. 언제 어디서 열리고, 누가 참석할 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