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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녀 아녜스 축일인 21일 바티칸 교황궁에서 어린 양들을 축복하고 있다.
교황이 축복한 이 양들의 털은 6월 신임 대주교들에게 수여되는 팔리움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바티칸시티=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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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근교 트라피스트회 수도원에서 키워
성녀 아녜스 축일에 어린 양 두 마리 축복
【바티칸시티=CNS】 교황을 직접 만날 때에는 그에 앞서 목욕을 하고 옷을 차려 입는 등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양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여느 해와 다름없이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성녀 아녜스 축일인 21일 어린 양 두 마리를 축복했다. 교황이 축복한 이 어린 양들의 털은 교황이 해마다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전 세계의 신임 대주교를 로마로 불러 그들에게 입혀주는 팔리움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팔리움은 대주교가 목과 어깨에 둘러 착용하는 좁은 고리 모양 양털 띠로 주교 임무의 충실성과 교황 권위에 참여함을 상징한다.
이 양들은 로마 근교에서 트라피스트회 수사들이 기른 것으로, 교황에게 축복을 받기 전날 밤 로마 시내에 있는 나자렛 성가정 수녀회 수녀원에서 지냈다.
나자렛 성가정 수녀회의 한나 폼니아노브스카 수녀 말에 따르면, 나자렛 성가정 수녀회는 1884년부터 이 일을 맡았다고 한다. 양들을 깨끗이 씻겨서 미사에 참석토록 한 후 교황에게 축복을 받도록 하는 일을 맡고 있던 인근 수녀들이 나이가 많아 그 일을 더 할 수 없게 되면서다.
폼니아노브스카 수녀에 따르면 트라피스트 수사들이 양들을 데려오면 수녀들은 세탁실이 있는 옥상으로 데려가 깨끗이 씻긴 후 잘 말린다. 예전에는 타월을 사용했으나 요즘은 드라이기를 이용한다. 어린 양들이어서 습기가 있으면 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양들은 수녀원 옥상 세탁실에 마련된 양우리에서 따뜻하게 밤을 지낸다. 다음날 아침 흰색과 빨간색 모포로 양들을 한 마리씩 감싼다. 빨간색은 성녀 아녜스의 순교를 상징하고, 흰색은 성녀의 동정성을 나타낸다.
수녀들은 빨간 색과 흰 색 화관 2개를 만들어 양들에게 씌운다. 이렇게 양들을 단장한 다음에 바구니에 넣어 성녀 아녜스 성당으로 데려 간다. 도중에 양들이 도망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양들은 성당 안 아녜스 성녀 유해 위 제단에 놓여 축복을 받는다.
그런 다음 바티칸에서 온 사람들이 양들을 교황에게 데려간다. 양들은 바티칸 교황궁 교황 우르바노 8세 경당에서 교황에게 다시 축복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