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성모님을 둘러싼 둥그런 가시면류관이 보이죠? 그것은 고통과 슬픔을 나누는 모자의 사랑을 의미합니다."
서울 중화동본당(주임 윤재한 신부) 신자들이 16일 특별한 손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성당에 있는 십자가의 길 14처를 제작한 작가 이숙자(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수녀를 초청해 해설 특강을 열었다.
이 수녀는 제대 십자가, 감실, 성바오로상 등 중화동성당 모든 성물을 제작했다. 성당 벽면에 걸린 아크릴화 십자가의 길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이 수녀는 제1처 제작 당시 영감을 받은 성경 구절을 낭독한 뒤, 구도와 상징을 설명했다. 시몬이 예수를 도와 십자가를 진 제5처에서는 "우리가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받쳐들고, 그 무게를 느껴보자"고 말했다. 묵상을 유도하는 그의 설명이 예수님의 고통을 실감케 한 것인지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신ㆍ구약을 넘나드는 주석 역시 신자들 이해를 도왔다. 제2처에서는 "예수님께서는 몸소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터`라는 곳으로 나가셨다. 그곳은 히브리 말로 골고타라고 한다"(요한 19,17)는 수난복음에 "그렇지만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벌받은 자, 하느님께 매맞은 자, 천대받은 자로 여겼다"(이사 53,4)는 구절을 곁들였다.
강의를 경청한 배영순(린다, 52)씨는 "예수님 고난을 다룬 작품을 많이 봤지만 작가 설명을 들으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것 또한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며 "앞으로 다른 성물을 볼 때도 다양한 각도로 살피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재한 주임신부는 "작가 설명을 통해 그 뜻을 명료하게 이해하고 묵상하기 위해 특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내 작품을 나보다 더 오래 보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가족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특강 내내 신자들과 손잡고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걷는 듯 했다"며 활짝 웃었다.
김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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