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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에 참가한 허영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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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 한국 참가단`을 구성해 역사적 현장을 체험하게 해주신 평화방송ㆍ평화신문에 감사드린다. 바티칸에선 시복식 참가 인원이 수백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해 입장권도 발행하지 않았다. 시복식장 입장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순례객을 모집한다는 것은 사실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시복식 순례단 구성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말씀을 남기고 선종한 지 6년 만에 열린 이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은 교회의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시복식 당일 성 베드로 광장을 향하는 인파는 엄청났다. 바티칸을 향하는 모든 길목은 콩나물시루 만원버스 같았다. 평소 도보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가 5시간 이상 걸렸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실제로 한국 순례단 3개 조 중 1개 조만이 성 베드로 광장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모든 순례단의 감동과 체험은 다르지 않았다. 은혜로운 현장에 함께 했다는 것, 그 많은 인파 가운데 속했다는 것만으로 그저 행복할 뿐이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로마에 모여들 수 있을까?` 이번 시복식 기간 내내 이 질문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수많은 각국 젊은이들이 시복미사 참가 그 하나의 목적으로 먼 길을 달려와 길에 침낭을 깔고 며칠 밤을 보냈다. 간간히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고생을 즐기는 듯했다. 친구 서너 명이 그룹을 지어 온 중ㆍ고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 어린 친구들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싶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리 교황님"이라고 친근하게 말했다. 이는 교황님께서 생전에 강조하시고 노력을 기울이셨던 젊은이들에 대한 사목의 결과일 것이다. 유럽교회가 이러한 젊은이들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시복식 미사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중계`하는 청년들도 많았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현장 분위기를 전하고 `인증샷`도 잊지 않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강론을 녹음하기도 했다. `역사적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란다.
시복식 동안 성 베드로 성당으로 향하는 `화해의 길`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골목골목이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 한 독일 청년에게 철야까지 했으면서 왜 성 베드로 광장으로 안 들어갔느냐고 물었다. "어른들이 들어가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역사의 현장에 함께한 것만으로도 행복한걸요." 청년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가슴이 뻐근했다. 내가 유럽의 젊은이들에게서 교회의 희망을 새로 보았다면 지나친 말일까.
젊은 부부가 대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서 있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소리만 들리는 골목길에서의 미사지만 성체 축복기도문이 들리자 두 아이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어린 시절 가정교육처럼 중요하고 효과적인 것은 없다. 특히 종교적 교육은 더 그렇다. 나는 이 가족의 모습을 보며, 젊은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를 조금은 짐작해볼 수 있었다.
바티칸을 중심으로 젊은 신앙인들이 열정적 감동의 물결을 이루는 것을 보면서 나는 자연스레 한국교회 젊은이들을 떠올렸다. 우리 교회의 더 많은 젊은이들이 신앙의 신비를 체험하고 하느님을 찬양하기를 소망한다. 물론 청년들을 향한 사목적 관심과 배려, 교회의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이번 시복식은 교회 사목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금석(試金石)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