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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머지않아 시험을 치르게 될 아이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다른 사람을 너무 의식하는 부모, 세상 일류만을 추구하는 부모, 자녀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부모가 되지 않고 자녀의 마음을 헤아려…."
12일 오전 10시 미사가 끝난 서울 대치2동성당(주임 김자문 신부)에 때아닌(?) `수험생을 위한 기도`가 울려 퍼졌다. 기도를 바치는 이들은 올해 수능을 치르는 고3 학생과 재수생 자녀를 둔 본당 신자들이다.
기도를 다 바친 이들은 성경과 성경필사 노트를 꺼냈다. 노트에는 한 달 동안 집에서 정성스럽게 쓴 집회서 구절로 빼곡하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리는 자녀를 위해 기도하며 쓴 것이라 그런지 또박또박한 글씨에 담긴 간절한 마음이 엿보인다.
본당은 지난해 수능을 준비하는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수험생을 위한 성경필사 기도모임`을 만들었다. 부모들이 수능에 임박해서 미사를 봉헌하고 `벼락기도`를 바치는 것보다 시험을 준비하는 자녀를 위해 1년간 꾸준히 성경필사를 하고 기도를 바치며 자녀에게 신앙적 응원을 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본당은 부모들에게 필사할 성경 부분을 정해주고 자율적으로 성경을 필사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매달 둘째 주 목요일에 필사한 성경 부분에 관한 강의를 마련하고 기도시간을 갖도록 했다. 또 수능 즈음에는 부모와 수험생이 함께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부모가 쓴 성경을 자녀들에게 선물로 주도록 했다.
처음엔 자녀들 수능점수가 1점이라도 더 오르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석한 부모들은 성경을 쓰고 묵상하면서 스스로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고3 아들을 둔 김형신(필립바)씨는 "성경을 쓰면서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도 가다듬게 되고, 또 아이에게 성경필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면서 "무엇보다 하느님 말씀을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성경강의를 진행하는 박민우 보좌신부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공부를 억지로 강요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게 이끈다"면서 "부모님들이 편해야 아이들도 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