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림동본당 신자들이 이현종 신부와 서봉구 형제 현양미사에서 초를 봉헌하고 있다.
|
6ㆍ25전쟁 때 서울 도림동성당을 지키다 북한군에게 총살당한 이현종(1922~1950) 신부와 서봉구(마리노, 1926~1950) 형제를 위한 현양미사가 봉헌됐다.
도림동본당(주임 정영진 신부)은 2일 성당 마당에서 400여 명이 참례한 가운데 이현종 신부와 서봉구 형제를 위한 현양미사를 봉헌하고, 그들이 목숨을 바쳐 보여준 순교 정신을 따를 것을 다짐했다.
김한도 보좌신부는 강론에서 "이현종 신부님과 서봉구 형제는 짧지만 강렬한 그리스도인으로 사셨다"면서 "이들이 도림동본당 공동체를 위해 흘린 선혈이 헛되지 않도록 일상 한가운데에서 순교의 삶을 살자"고 당부했다.
참례자들은 또 미사에서 한국 순교자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초와 꽃을 봉헌하며 시복시성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이 신부는 1922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나 1950년 4월 사제품을 받고 도림동본당 보좌로 부임했다. 부임 2개월 만에 6ㆍ25전쟁이 발발하자 피난을 떠난 이 신부는 성당을 지키기 위해 그날로 다시 되돌아왔다. 남아 있던 신자들과 함께 성전을 지키던 이 신부는 7월 3일 북한군이 들이닥쳐 "너는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나는 이 성당의 신부요"라고 대답했다. 그 자리에서 총살을 당한 이 신부는 "당신들이 내 육신은 죽일 수 있어도 영혼을 빼앗아 갈 수 없을 것이오"라고 말한 후 눈을 감았다.
성당에 있다가 총성을 듣고 밖으로 뛰쳐나온 서봉구 형제도 그 자리에서 총살을 당했다. 고아로 태어난 서봉구 형제는 성당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종지기이자 복사였다. 그의 나이 25살이었다.
이 신부의 순교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9년 성당 앞마당에 추모비를 세우고 추모사업을 벌여온 도림동본당은 앞으로 매년 이들을 위한 현양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권청준(이냐시오)씨는 "총을 겨눈 상황에서 두려움이 컸을 텐데 신앙인으로서 의연히 성전을 지킨 마음을 본받고 싶다"며 "이현종 신부님과 서봉구 형제처럼 본당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