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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영기 주임신부가 점심식사를 하는 신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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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안산 성포동성당 지하 강당에서는 매 주일 음식 나눔 잔치가 열린다. 교중미사에 참례한 모든 신자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점심식사를 준비해 매주 신자 300~400명이 밥을 먹고 집에 돌아간다.
반찬이 매주 바뀔 뿐 아니라 맛도 좋아 신자들 반응이 무척 좋다. 주보에는 그 주일 메뉴가 적혀 있다. 17일 메뉴는 근대된장국과 비름나물, 김치볶음, 멸치볶음. 소박하면서도 영양을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반찬이었다.
2009년 12월 시작된 전 신자 점심식사는 `어떻게 하면 신자들을 성당에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하는 민영기 주임신부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민 신부는 성당을 단지 `미사만 드리는 곳`이 아닌 `신자들이 함께하고, 친교를 나누는 곳`으로 변화시키고 싶었다.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음식 나눔이었다. 처음 점심식사를 마련했을 때는 예상보다 반응이 뜨겁지 않았다. 성당에서 밥 먹는 것을 어색해하는 신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식사를 하는 신자 수는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신자들 사이에 대화도 많아졌다. 지금은 교중미사에 참례한 신자 대부분이 성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다.
민 신부는 신자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어르신 신자에게는 안부를 꼭 묻는다. 점심식사 덕분에 민 신부와 신자들 간격도 한결 가까워졌다.
거의 매주 성당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이상평(미카엘)씨는 "아주 친한 신자가 아니면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좀처럼 없는데, 성당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 얼굴만 알고 지내던 신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붙일 수 있었다"면서 "점심식사가 시작된 후 신자들 관계가 한결 끈끈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식사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신자 간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냉담을 했던 신자들이 다시 성당을 찾기 시작했고, 예비신자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음식 마련 비용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쌀은 신자들이 지속적으로 후원해주고 있고, 미사참례자가 늘어나면서 헌금액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찬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림(소화데레사)씨를 비롯한 주방 봉사단 5명이 담당하고, 설거지는 구역ㆍ반원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매주 엄청난 양의 밑반찬을 만들어 저장해야 하기에 냉장고도 성당에 있는 냉장고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초대형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김장을 무려 4000포기나 했다.
전 신자 점심식사는 2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성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신자는 연인원 3만 명을 넘어섰다.
민 신부는 "신자들이 성당에서 밥을 함께 먹으면서 성당은 정말 내 집 같은, 언제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면서 전 신자 음식나눔 잔치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