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종남 주임신부와 한 가족이 성당 마당에서 성인들 삶을 설명한 전시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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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귀임 마리아, 이영희 막달레나, 권희 바르바라, 남명혁 다미아노….`
9월이 시작되면서 서울 발산동성당 마당은 다소 낯선 인물들 생애를 설명한 전시물들로 가득해졌다. 어디서 한 번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이 생경한 이름들은 한국 103위 순교성인들이다.
발산동본당(주임 이종남 신부)이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103위 성인 가정 주보성인 모시기 운동`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900 가정 넘게 참여한 이 운동은 각 가정마다 103위 성인 중 한 분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공경하는 운동이다.
처음 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 신자들은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과 정하상 바오로 성인을 가정 주보성인으로 정했다. 다른 성인을 주보성인으로 정하고 싶어도 아는 성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당은 성당 마당에 성인 30여 명을 소개하는 안내물을 전시하고, 신자들이 돌아가며 볼 수 있도록 103위 순교성인에 관한 책 10여 권을 구입해 신자들이 103위 성인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종남 신부는 강론 때마다 한국 순교성인들의 신앙과 삶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잘 알려진 성인 몇몇만 알고 있던 신자들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많은 성인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가정 주보성인도 다양해졌다.
이 아가다(1823~1840) 성녀를 가정 주보성인으로 정한 김조자(루치아)씨는 "10년 넘게 주일미사도 빠지지 않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주보성인을 정하라는 말을 들으니 마땅히 생각나는 성인이 없었다"면서 "주보성인을 정하면서 한국에 훌륭한 성인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린 나이에 그렇게 모질게 매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신앙을 지킨 이 아가다 성녀를 본받고 싶다"면서 "우리 가족이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 이가다 성녀처럼 하느님께 의지하며 극복할 수 있는 신앙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보성인으로 모셨다"고 말했다.
가정 주보성인 모시기 운동은 가정뿐 아니라 구역ㆍ반, 각 단체로도 확대되고 있다. 소공동체 모임을 비롯해 쁘레시디움, 성가대와 같은 단체도 주보성인을 모시며 성인 공부에 열심이다.
이 신부는 "가정 주보성인은 신자들에게 훌륭한 신앙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자들이 한국 순교성인과 순교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질 때 한국교회가 간절히 바라는 125위 시복시성도 이뤄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당은 순교자성월이 지난 후에도 가정 주보성인 모시기 운동을 계속 펼쳐 한국성인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도록 할 계획이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