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의음식봉사회 봉사자들이 노숙인과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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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오후 4시가 되면 서울 공덕동성당(주임 이재을 신부) 1층 강당은 어르신들과 노숙인들로 북적인다.
13일에도 어김없이 노숙인 100여 명이 찾아와 사랑의 음식 나눔회가 차린 `공덕동표(票) 사랑의 밥상`을 받았다. 이런 풍경이 어느덧 13년째다.
따뜻한 밥이 나오면 신자든 비신자든 십자성호를 긋고 식사 전 기도를 바친다. 음식이 입에 맞는지 여기저기서 "밥 한 그릇 더 주세요"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늦게 오는 노숙인도 있기에 회원들은 이들이 식사하는 내내 서서 음식을 나른다.
용산에서 온 임아무개씨는 "돈도 없고 몸도 성치 않아 끼니를 때우기가 힘든데 나같은 노인네들이 배가 고플까봐 매주 정성으로 음식을 해주니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노숙인과 어르신들은 대부분 식사를 마치면 달아나듯 자리를 뜬다. 요즘은 식사 인원이 줄어 100여 명이지만 한창 많을 때는 200명 이상이었다.
1998년 창단한 사랑의 음식 나눔회는 지역사회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자 당시 송명은 주임신부와 신자들이 만든 단체다. IMF 시기에 노숙인들이 급격히 증가하자 배고픈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나눔활동이다. 회원들은 목요일마다 생업을 잠시 미뤄둔 채 봉사활동에 기꺼이 참여한다.
사랑의 밥상은 순수하게 신자들 기부금으로 차린다. 남몰래 거금을 내는 숨은 천사도 곳곳에 있다. 회원들은 금요일에는 홀몸노인과 어려운 가정을 찾아다니며 음식배달까지 한다. 회원들은 "마음만 있으면 본당에서 충분히 나눔의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랑의음식나눔회 채금례(로사) 회장은 "배가 고파서 찾아오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사랑의 밥상 차리기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