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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이름으로 저지른 폭력 사과

교황, "모든 종교는 정의, 평화, 사랑에 헌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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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토 16세(가운데)를 비롯한 각 종교 대표들이 10월 27일 아시시 천사들의 모후 성모마리아대성당에서 종교간 화해와 평화를 주제로 한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아시시(이탈리아)=CNS】
 
 
【아시시(이탈리아)=외신종합】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0월 27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종교 간 모임이 인류의 선익에 기여하고자 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열망을 재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진리의 순례, 평화의 순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모임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6년 처음 주최한 종교 간 모임 25주년을 맞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각 종교 대표들을 초청해 이뤄졌다. 이날 모임은 또한 최근 몇 년간 이라크와 이집트 등 이슬람 지역에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와 폭력, 종교적 불용(不容)의 잔혹한 행위들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한 바티칸의 대응으로 풀이된다.

#그리스도교 과오 "매우 부끄럽게 인정"
 
 27일 오전 8시 바티칸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45분 떨어진 아시시에 도착한 교황과 각 종교 대표들은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천사들의 모후 성모마리아대성당에 입장, 종교간 갈등 종식과 평화 정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교황은 타 종교 지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에 앞서 그리스도교가 2000년 역사 속에서 저지른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교황은 "종교는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힌 뒤 "(교회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한 잘못을 매우 부끄럽게(with great shame) 인정한다"고 말했다. 2000년 대희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그리스도교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성찰한 것보다 한층 수위가 높은 사과 발언이다.

 교황은 이날 그리스도교의 과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신앙수호 과정에서 폭력적 요소가 개입된 사건, 즉 십자군전쟁ㆍ종교재판ㆍ유다인 박해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교황은 "만일 우리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하느님 존재에 의구심을 갖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며 "우리는 그들의 의구심과 항의를 종교를 정화하라는 촉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치의 만행을 예로 들고, "인간은 하느님을 거부하면 타락하고, 선악에 대한 식별력을 잃는다"며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은 신자들이 종교를 정화하고, 하느님 평화의 도구가 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평화를 위한 종교간 모임 행사장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날리고 있는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수사들.
 
 
 정교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9ㆍ11 테러와 아랍의 민주화 바람을 언급하고 "공동체들 간의 긴장은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과 같은 격변기에 종교의 입장은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성공회의 윌리엄 대주교는 "종교는 두려움과 의심, 적의에 사로잡혀 있는 세상의 어리석음을 어떻게 종교적 지혜로 풀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 가운데 일부는 그동안 지속돼온 종교 간 화해와 평화 정착 노력에 회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인도에서 참석한 힌두교 대표는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 간 대화가 왜 현대 세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며 "겸손과 인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종교간 대화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개신교의 티베이트 목사는 종교 지도자들이 최근 아랍 민주화 물결에서 보듯 젊은이들이 변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 성지인 예루살렘의 긴장 완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폭력,테러, 전쟁 더 이상 안 된다  

 교황 초대를 받고 모임에 참석한 4명의 철학자 가운데 한 명인 불가리아 태생의 크리스테바씨는 하느님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인간의 노력만으로 평화와 불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교황의 입장과 반대되는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교황은 특정 종교에 구애받지 않는 무신론 성향의 철학자 4명을 모임에 초대한 데 대해 "이들도 사실상 참 진리, 즉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참석자들은 세계 경제위기, 소득 양극화, 환경재앙 등 지구촌의 주요 현안들을 거론하며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이웃에 대한 사랑의 의무, 참 신앙은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타 종교를 존중하는 문화를 건설하는 데 대한 종교 지도자들의 책임 등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나타냈다.

 교황은 연설 말미에서 "폭력과 테러, 전쟁은 더 이상 안 된다"며 "모든 종교는 신의 이름으로 정의와 평화, 사랑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연설을 마친 후 성 프란치스코 무덤 앞에 있는 것과 같은 평화의 램프를 서로 교환했다. 이어 작은형제회 수사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날리는 광경을 흐뭇한 얼굴로 지켜봤다. 교황은 모임 장소를 떠나면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그리고 인류의 선익을 위한 대화 여정에서 하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가톨릭 언론매체 제니트(Zenit)는 "이날 모임은 진리와 평화를 향한 인류 여정에 매우 중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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