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각장애인본당 에파타 성가대가 6일 서울 삼성동성당에서 성가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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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삼성동본당 교중미사 내내 특별한 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본당 신자들은 평소와 다른 성가 합창소리에 이따금씩 고개를 돌려 2층 성가대석을 올려다 봤다. 2층에선 시각장애인본당 에파타 성가대 단원들이 서로의 소리에 기대어 성가를 불렀다.
시각장애인 20명으로 구성된 에파타 성가대는 이날 삼성동본당 성가대와 미사 성가를 교차 봉헌했다. 에파타 성가대는 다음달 16일 창단 24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만의 깊은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에파타 단원들 손에는 저마다 까만 음표가 그려진 악보 대신 하얀 점자악보가 들려있다. 이들은 손으로 가사를 읽고 옆 사람 소리에 집중하며 화음을 맞춘다. 오르간 소리까지 주의깊게 들으며 노래해야 하기 때문에 합창이 쉽지 않다. 반주자도 전곡을 외워 건반을 두드린다. 그래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덕분인지 실수 한 번 없다.
이 모든 과정은 정안(正眼) 지휘자 유인곤(요셉)씨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그는 각 파트 역할은 물론, 노래의 시작과 끝을 알려준다. 노래 중 발성이 부족한 파트가 보이면 달려가 돕기도 한다. 이날 에파타 단원들은 미사성가 전곡과 특송 2곡을 불러 신자들을 감동시켰다.
삼성동본당 한 신자는 "악보를 보면서 불러도 어려운 노래들을 오히려 더 아름다운 목소리로 들려줘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감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파타 성가대 김성숙(에디타) 단장은 "박수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한 시간이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가대 단원인 강남장애인복지관 관장 박정근(프란치스코)씨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노래 부르기는 악보를 통째로 암기하고, 소리에 맞추는 훈련에 가까운 일"이라며 "그래도 주님께서 주신 소중한 귀와 입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작은 도구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래한다"고 말했다.
노래로 빛을 전하는 이들의 첫 공연은 16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논현동성당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